정부가 군사시설 고도제한 규정 위반으로 중단된 포스코 신제강공장 건설을 재개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반대 입장을 밝혀 온 군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제강공장은 경북 포항시 해군 6전단 활주로에서 북서쪽으로 2,065㎙ 떨어진 비행안전구역 안에 짓고 있는 건물로 총 투자비 1조4,000억원 중 1조3,000억원을 집행했지만 비행제한고도인 66.4㎙를 19.4㎙ 초과해 지난해 8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본보가 19일 입수한 정부의 내부검토보고서와 비행안전영향평가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해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활주로를 공장 반대편으로 378㎙ 연장하고 공장 상단을 1.9㎙ 철거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장의 고도제한기준이 5구역에서 6구역으로 완화돼 제한초과 높이가 17.5㎙에서 13㎙로 줄어든다. 다만 기지 밖 207㎙까지 민간 토지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보상 문제가 남는다. 정부는 1,000억~1,5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래도 13㎙는 여전히 규정 위반이다. 하지만 정부는 관할 부대장 재량으로 고도제한 초과 건축물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10조5항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밀계기착륙장치 항행안전장비 항공등화 등을 추가로 설치해 비행안전성을 보강할 계획이다.
이 경우 법의 소급적용 문제가 남는다. 고도제한 예외조항은 군사시설보호법 개정으로 2009년 9월부터 시행됐지만 공장 건설은 이보다 앞선 2008년 8월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총리실은 법령해석을 의뢰했고, 법제처는 "건축 중인 건물은 법률 관계가 종결된 것이 아니고 변경허가도 기존의 건축허가와 별도의 독립된 행정처분이기 때문에 변경허가를 낼 경우에는 현재 시행 중인 고도제한 완화 규정이 적용된다"고 해석했다. 다시 건축 신청을 하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군 당국은 곤혹스런 모습이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그간 "경제와 안보를 함께 고려해야 하지만 위법한 건축물에 대한 군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누차 강조했기 때문이다. 또한 "제2 롯데월드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군이 허무하게 무릎을 꿇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부담이다.
군 관계자는 "명백한 법 위반인데도 연구용역에서 비행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해서 다 허용하면 앞으로 군 부대 주변 민원이 폭증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충분하게 검토를 거친 뒤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