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에서는 둘째를 배고 총을 쏠까 봐요." 만삭의 몸으로 금메달 2개를 따낸 김윤미(28ㆍ서산시청)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다.
무엇보다 엄마가 사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오복이(태명)'에게 사랑을 표시하며 소중히 배를 쓰다듬었다. 임신 7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금빛 총성'을 울려 아시아에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 김윤미를 18일 아오티 사격관에서 만나 '이제서야 밝힐 수 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훈련과 경기 땐 움직이지 않는 효자 '오복이'
김윤미가 금메달을 따자 관심은 온통 '오복이'에게 쏠렸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는 엄마보다 더 유명세를 탔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던 김윤미는 "참 고맙고 미안하다"고 오복이에게 말했다. 그는 "사실 경기 때 아이가 움직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애가 훈련하거나 경기 때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광저우 오기 전부터 '움직이면 엄마는 끝난다'는 주입 교육을 시킨 게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배시시 웃었다. 오복이는 공기권총 10m에서 금메달이 확정되자 매우 활발히 움직이며 '금빛 세리머니'를 했다고 덧붙였다.
미안한 점도 너무 많았다. 김윤미는 "태교를 단 한번도 해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 또 음식도 잘 먹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선수촌에서 나오는 음식들이 향이 심해 입에 맞지 않아 밥과 김치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집에 돌아가면 청국장, 김치찌개 등 아기가 먹고 싶어하는 것을 실컷 먹겠다"고 말했다.
'금둘이'로 아기 이름 작명 등 인기 실감
아들 '오복이'는 중국 내에서 화제가 됐다. 김윤미가 임신한 몸으로 우승하자 CNN을 비롯한 해외 언론들로부터 인터뷰가 쇄도했다. 그는 "인터뷰 내용이 대부분 아기에 관한 거였다"라며 "팬들이 '금둘'이로 이름까지 작명해서 애 아빠에게 알려줬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환한 미소를 보였다.
아기 덕에 김윤미는 평생 찍어야 하는 사진을 광저우에서 모두 찍었다. 그는 "사실 사진 찍히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흔한 셀카도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다"며 사진 촬영 요구에 부끄러워했다. 그동안 고생했던 '오복이'를 위해 이제부터는 제대로 쉬게 해줄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 돌아가면 아기가 맘껏 배 속에서 놀 수 있도록 해줄 작정이다. 태교에 좋다는 수영도 할 것"이라며 "오히려 총을 들면 근심 걱정이 없어지는 등 마음이 편해진다. 이점이 오히려 좋은 태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컨디션이 좋을 때 총도 쏴볼 것"이라고 웃었다.
런던올림픽에선 권총도 도전
사격이 끝나자 김윤미는 '이제야 말할 수 있다'며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사실 제 욕심에는 화약총도 쏘고 싶었다. 화약총을 쏘지 못해 아쉽다." 김윤미는 원래 공기권총과 25m 권총 대표로 선발됐다. 그러나 진동이 느껴지는 권총은 아기를 위해서 포기해야 했다. 그는 "제 욕심만 채울 수 없으니까 권총 대표를 양보했는데 마음으로는 두 종목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약간의 아쉬움을 표현했다.
김윤미는 보수적이고 깐깐한 성격이지만 총만 들면 대담해지는 영락없는 '명사수'이기도 하다. "주위에서 아기를 밴 채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저는 대표 선발이 되고 나서 고민을 하나도 안 했다"라며 "이기적일 수 있지만 병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수줍게 고백했다.
10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대기만성형의 김윤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제는 런던올림픽을 정조준 한다. "올림픽에서는 좀 가볍게 임신 3, 4개월 정도로 출전할까 봐요. 올림픽에서는 꼭 권총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광저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