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체온·컴퓨터 등 역사내서 발생하는 열로 건물의 에너지 충당할 것"쿵스브로휘셋 빌딩 내년 초 정식 오픈
사람의 체온으로 난방을 한다?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 얘기가 스톡홀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100m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쿵스브로휘셋(Kungsbrohuset) 빌딩. 호텔과 사무실, 쇼핑몰이 들어설 13층 규모의 이 건물은 중앙역을 오가는 사람들의 체온과, 자판기나 컴퓨터 등 역사 내 각종 기기가 발생시키는 열로 건물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20%가량을 충당할 예정이다.
이 건물을 짓고 있는 스웨덴의 떠오르는 친환경기업 '옌휘센(Jernhusen)'의 클라스 요한슨(27) 홍보국장은 "쿵스브로휘셋의 정식 오픈은 내년 초지만, 벌써부터 스톡홀름 시민들이 선호하는 건물 2위로 뽑혔다"며 "외국에도 많이 알려져 최근 컨설팅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의 체온을 활용한다고 하면 공기 중의 열을 일일이 모은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원리는 일반 가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재활용하는 기존 열교환 시스템과 같다. 실내의 높은 온도를 낮추는 환기 장치가 내뿜는 열을 집하하는 것인데, 그 열로 데운 물이 난방을 담당한다. 요한슨 국장은 "냉장고 뒷부분의 열을 모은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면서 "다른 공간에서 얻은 열을 이동시켜 활용하는 것이 색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 기발한 발상은 기술자들이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중에 나왔다. '유동인구가 하루 20만명에 달하는 중앙역의 남는 열을 어떻게 활용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시작됐다. 옌휘센이 스톡홀름 중앙역을 비롯한 50여 개의 기차역을 소유한 철도관리회사의 자회사라 중앙역 자원을 쓰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중앙역에서 발생하는 열을 쿵스브로휘셋으로 이동시키는 설비에 필요한 펌프와 파이프 비용은 약 3,000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옌휘센은 쿵스브로휘셋을 건설하면서 본래 있던 건물의 95%를 재활용하는 것부터 자원 절약을 실천했다. 건강을 위협하는 5%정도의 폐기물만 매립하고 나머지는 저개발 국가에 주거나 다른 건물을 짓는 데 사용했다. 새로 짓는 건물은 다섯 겹의 유리로 둘러쌌는데, 겹마다 공간을 둬 보온을 강화했다. 금속 자재를 바깥에 적게 노출해서 열 손실도 낮췄다.
이 밖에도 옌휘센은 자전거 보관대와 샤워실을 마련해 자전거 출퇴근을 유도하는 등 다방면에서 에너지 절약을 꾀하고 있다. 요한슨 국장은 "다른 기차역은 유동 인구가 적어 같은 방식의 개발이 불가능하지만, 각 역의 옛 모습을 지키면서 주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시설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톡홀름=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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