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임검사 재수사 착수… 속전속결 고강도 조사 예고기소땐 부실수사 자인, 무혐의땐 '식구 감싸기' 곤혹
'그랜저 검사' 의혹 사건의 재수사를 맡은 강찬우(48ㆍ사법연수원 18기) 특임검사팀은 17일 파견검사와 수사관 등 10여명으로 수사팀을 구성한 뒤, 곧바로 그랜저 승용차를 정모(51ㆍ현 변호사) 전 부장검사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S건설 대표 김모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속전속결' 방침 아래 고강도 재수사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이번 의혹이 불거지게 된 경위로 볼 때 수사결론이 어떻게 나든 검찰로선 곤혹스런 상황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착수 당일인 이날 검사와 수사관을 김씨 자택과 사무실로 보내 그랜저 승용차 구입 관련 서류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이 이처럼 수사팀을 구성하자마자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최근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와 관련해 총리실 압수수색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강 특임검사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올해 7월) 서울중앙지검이 불기소 결정한 정 전 부장검사의 그랜저 수수 의혹 사건이 이번 재기(再起)수사의 대상"이라며 "하지만 수사 중 드러나는 추가 혐의나 관련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강 특임검사를 비롯해 이선봉(44ㆍ연수원 27기) 부부장과 박철웅(39ㆍ연수원 28기), 김윤희(35ㆍ여ㆍ연수원 31기) 검사 등 4명의 검사와 수사관 등으로 꾸려졌다.
수사 초점은 당시 정 전 부장검사 사건이 제대로 처리됐는지 여부다. 정 전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부부장이던 2008년 초 지인인 김씨의 고소사건을 맡은 후배 도모 검사에게 "사건을 잘 검토해 달라"고 말했고, 1년 뒤 김씨에게서 그랜저 승용차 구입비 3,400만원을 대납받은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그랜저 구입비는 빌린 것으로 보인다"며 그를 무혐의 처리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이에 대해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불거졌고, 도 검사도 그랜저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재수사 결과가 무엇이든 검찰은 호된 비판에 직면할 게 뻔하다. 일단, 검찰이 내부 비리를 뿌리뽑겠다며 내세운 특임검사제의 첫 사례인 만큼, 이번 재수사의 결론은 정 전 부장검사를 무혐의 처리했던 기존 수사결과와는 다르게 도출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럴 경우 기존의 수사팀은 부실수사나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도 국감에서 "새로운 근거가 나오면 모를까, 현재로선 재수사할 이유가 없다"며 기존 수사결과를 옹호했다. 그러나, 대검 감찰본부가 낸 재수사 의견의 근거는 "수사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수사에서 앞선 수사결과와 다른 결론이 나온다면 기존 수사팀은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된다.
그렇다고 이 같은 비판을 피하기 위해 또 무혐의 결정을 내리기도 어렵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또 제식구 감싸기냐" 는 비판이 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사실상 검찰에는 퇴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 특임검사는 "검찰 내부를 향한 수사는 즐겁거나 유쾌하지 않고 부담이 많이 된다"며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상관없이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검사란 '피가 차가워야 하는' 직업인 것 같다"고 고충을 내비쳤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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