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대표팀 내에서도 친하게 지내는 형, 동생이 나란히 결승에서 맞붙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끼리 금메달을 놓고 다툰 것은 처음이었다.
경기 전 "끝나면 축하해 주자"며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지만 코트에 들어서자 눈빛이 달라졌다. 그러나 금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지는 순간 서로를 끌어 안았다. "수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현지 선수촌에서도 룸 메이트인 둘은 어느새 친한 형, 동생으로 돌아가 있었다.
정구 남자단식 결승전이 열린 17일 톈허 테니스스쿨. 준결승에서 각각 대만과 일본을 꺾고 마지막 경기에 나선 배환성(25ㆍ이천시청)과 이요한(20ㆍ대구가톨릭대)은 혼신의 힘을 다해 상대의 코트 구석구석에 공을 꽂아 넣었다. 결국 이요한이 4-2로 승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구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남자단식 금메달을 따낸 것은 2002년 부산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경기 후 이요한은 "처음 출전한 큰 무대에서 우승해 너무 기쁘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표정은 어두웠다. 자신도 그렇지만 아직 병역을 마치지 않은 형을 꺾은 것에 대한 미안함이 오롯이 묻어났다. "둘 다 아직 병역미필인데 저보단 형이 금메달을 땄으면 좋았지만 승부는 어쩔 수 없었어요."
이요한은 주요 국제대회 입상 경험이 없는 신예로 초등학교 4학년 때 뛰어난 체격조건을 유심히 본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라켓을 잡았다. 대학시절, 한동안 방황을 겪다 실업팀인 수원시청에서 1년 정도 '외도'를 했다. 그러나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이날을 위해 다시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형도 형다웠다. 밝은 표정의 배환성은 "서로를 너무 잘 안다. 연습경기 때도 항상 요한이가 많이 이겼다"며 축하를 건넸다. 병역혜택을 눈 앞에서 아쉽게 놓친 그는 "아니다. 내일 복식이 남아 있다"며 활짝 웃었다.
광저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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