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의 '스피드 진화'가 눈부시다. 어렸을 때 천식 극복을 위해 수영을 시작했던 박태환은 7세부터 본격적으로 수영 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쉬엄쉬엄 역영할 수 있는 중장거리를 택했다. 이로 인해 가장 먼저 두드러진 종목도 중장거리인 400m와 1,500m였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자유형 400m 실격으로 인해 상처를 입었던 그는 2006년 팬퍼시픽선수권 400m와 1,500m를 석권하며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박태환은 같은 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200m, 400m, 1,500m를 석권하며 '아시아의 물개'로 떠올랐다. 이후 박태환은 스피드와 근력 보강에 힘을 쏟았고, 마침내 2008년 베이징올림픽 400m 금메달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박태환은 200m에서도 올림픽 은메달을 따내며 단거리 선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 마이클 볼(호주) 코치가 가세하면서 박태환의 '스피드 본능'은 더욱 꿈틀거렸다. 볼 코치는 "박태환에게 1,500m는 어울리지 않는 종목이다. 스피드를 좀 더 보강한다면 200m와 400m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하며 '스피드 진화'를 부추겼다. 박태환은 몸무게를 2㎏ 정도 늘리면서 파워 보강에 힘을 쏟았고, 결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자유형 100m 금메달을 따냈다.
박태환은 단거리 종목 선수로서의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는 100m 결선에서 50m를 24초02로 끊었고, 이 페이스를 그대로 살려 50~100m를 24초68에 찍는 놀라운 막판 스퍼트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출발 반응 속도가 0.6초대로 세계 정상급이기에 박태환의 100m 기록은 점점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박태환은 중거리 전문 선수라 그 동안 초반 50m에서 전력 질주를 하지 않았다.
이날도 박태환은 50m는 다른 동료들과 비슷하게 따라가다 막판에 힘을 쏟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박태환이 처음부터 전력 질주 했다면 충분히 아시아 기록(48초49)도 깨트릴 수 있었다. 또 후시이 다쿠로(일본)의 아시아 기록은 전신 수영복 시대 때 세웠기 때문에 박태환의 '100m 독주'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광저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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