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르이 우에니껴?'는 경북 북부 말이다. '그러하니 어찌합니까?'의 뜻이다. 영주 사는 서각(鼠角), 쥐뿔 선배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그러하니 어찌합니까?'는 음절이 뚜렷하고 의미가 분명하게 전달된다. '그르이 우에니껴?'는 음절과 음절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어법이다.
그러니까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매사를 분명하게 하지 않고 어물쩍하게 인식하는 태도가 말 속에 반영되어 있는 비겁한 말이다. '길 위의 이야기' 애독자라는 분에게서 항의 전화가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인분, 즉 똥을 투척한 테러와 같은 천인공노할 사건에 대해 왜 당신은 침묵하느냐"는 항의였다.
"G20을 서울에서 할 때 똥차가 국가 이미지 망친다고 운행도 하지 못하게 해놓고는 전직 대통령 묘소에 똥을 투척한 사건에는 이렇게도 미온적인데 당신은 꿀 먹은 벙어리인가"라고 질타하였다. 요즘 광고를 보면 동방예의지국을 넘어서 '세계예의지국'이라 자화자찬하는, 자랑스러운 G20 의장국인 대한민국의 사실상 현주소는 '똥'이다.
소설가 이외수 선생은 이를 두고 '구토유발자'라고 비난했다. 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똥이 무서워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할 뿐이다. 그래서 그분에게 내가 할 수 있었던 대답은 "그러이 우예니껴?"뿐이었다. 결국 나는 그분에게 비겁자가 되고 말았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