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나타나 비장한 표정으로 이명박 정권을 향해 격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전날 민주당 강기정 ∙최규식 의원 보좌진 3명이 청목회 후원금 때문에 검찰에 체포되면서 소집된 긴급 회의였기 때문이다.
그는 발언대에 오르자마자 이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가장 더러운 손, 비열함, 가증스러움, 후안무치, 독재, 폭정, 어둠의 삼각권력’ 같은 원색적 표현이 총동원됐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겨냥하는 발언도 했다.
과거에 야당 당수가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독재, 독주’ 등의 표현을 쓴 적은 있으나 ‘더러운 손’ 처럼 정서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말을 한 적은 거의 없었다. 발언 원고는 손 대표가 직접 준비했다고 한다.
손 대표는 왜 매우 이례적으로 대통령을 거세게 비난했을까. 손 대표의 측근은 “민주당의 국회의원 여비서까지 체포되자 대표로서 무한한 책임과 분노를 느낀 것 같다”며 “청목회 수사에 청와대가 관여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민주당은 청목회 외에도 농협 및 광주은행 노조 후원금, C&그룹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 태풍에 당 소속 의원(87명) 중 절반 가까이가 휘말려 있는 위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밀려선 안 된다’고 판단하고 청와대와 검찰을 겨냥해 초강경 대응을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른 의원은 “이번 기회에 선명 투쟁을 함으로써 야당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에 특별한 기반이 없는 손 대표가 정권과 대립 구도를 확실히 하면서 기존의 민주당 지지층을 묶고 친노세력에게도 다가서려는 의도를 가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느 선까지 공세를 지속할까. 일단 2011년 예산 논의를 위한 상임위 회의를 보이콧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약화시키는 법안도 발의했다. 대포폰 및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했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이 “의총에서 발언한 의원 16명이 모두 단호히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을 정도로 강경모드 일색이다.
하지만 손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본래 ‘의회주의자’를 자처해왔다. “야당이 장외로 나갈 경우 마땅히 대항할 수단이 없다. 국회는 꼭 지켜야 한다”는 게 그들의 평소 주장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당분간 원내외 투쟁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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