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54)씨는 지난해 갑자기 손에 마비가 오고 걸음도 비틀거리게 되자, 뇌졸중으로 생각해 민간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기는커녕 혼자 걷지도 못하고 수저도 제대로 들지 못할 정도로 악화됐다. 인근 대학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1-2 경추(목뼈) 사이의 뼈가 불안정해 신경이 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씨는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아 경추나사삽입술을 받았고 그 결과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별 불편함 없이 생활하고 있다.
#이모(60ㆍ여)씨는 10여년 전 척추관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오래 걸으면 다리가 터져 나갈 듯이 아프고 밤에는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까지 당겨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수술을 권하는 병원도 있었지만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워 망설이고 있었는데, 척추에 약물을 주사해 통증을 조절하는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한결 나아졌다. 한번 치료 받으면 6개월 가량은 통증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고, 통증이 다시 와도 치료 받으면 나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 통증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사라졌다.
고난도 경추수술에 컴퓨터 시뮬레이션 도입
경추는 뇌에서 온 몸으로 퍼지는 신경(척수)이 나오는 첫 관문이다. 여기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을 하다가 신경이나 혈관이 손상되면 전신마비나 뇌 손상, 호흡정지 등 심각한 합병증이 올 수 있으므로 숙련된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1-2 경추 사이에는 호흡을 관장하는 신경이 지나고 있어 이 부분의 수술은 척추수술 중에서도 고난이도에 속한다.
선천성 경추 기형이나 류마티스관절염, 골절, 탈구, 종양 등으로 신경이 손상됐거나 목뼈 사이의 관절이 불안정하면, 경추뼈를 고정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경추뼈에 나사못을 박아 고정하는 나사고정술이 가장 좋은 치료법인데, 수술이 매우 어려워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분당서울대병원 척추센터에서는 어려운 경추수술 중에서도 최고 난이도로 평가받는 1-2 경추의 경추나사고정술 부문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국내에서 수술 횟수가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성공률 100%라는 놀라운 기록도 갖고 있다. 염진섭 척추센터 정형외과 교수가 1998년 서울대 공대팀과 함께 개발한 나사 삽입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가 이런 치료 성적을 올릴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수술 전에 촬영한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재구성해 나사를 안전하게 박을 수 있는 최적의 궤도를 미리 안내한다.
염 교수는 “경추나사고정술, 특히 1-2 경추나사고정술은 목뼈를 견고하게 고정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수술 난이도가 높아 많은 의사들이 시도하기를 꺼리고 있다”며 “수술 전에 시뮬레이션을 이용하면 신경과 혈관을 손상하지 않고 나사를 넣을 수 있는 최적의 궤도를 미리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사의 안전범위도 파악할 수 있어 난이도 높은 수술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1-2 경추나사고정술에 관한 연구논문을 세계경추연구학회에 발표해 최우수상을 받았고, 각종 국내외 학회와 심포지엄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관련 연구 결과를 강연한 바 있다.
척추관협착증, X선 꼬리뼈 주사로 통증 조절
허리가 아프면 대부분 허리디스크를 의심하지만 실제로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허리 통증은 디스크보다 척추관협착증일 확률이 더 높다. 척추관협착증이란 척추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서 눌림에 따라 신경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 생기는 병으로, 엉덩이에서 다리까지 하반신 전체가 아픈 것이 특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척추센터에서는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 X선 꼬리뼈 주사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투시하 미추 경막외 주사법’이라고 불리는 이 치료법은 전문가가 직접 X선을 이용해 환자의 염증 부위와 약물 투여지점을 모니터로 확인하면서 직접 주사하는 방법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시술시간이 10분밖에 되지 않고, 얇은 바늘을 쓰므로 시술로 인한 통증도 거의 없다. 통증 조절 효과도 뛰어나다. 이 시술을 받고 3년이 지난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가 치료 후 통증이 없어졌거나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우 척추센터 영상의학과 교수는 “이 치료법은 척추관협착증으로 생긴 통증을 참기 어려운 환자에게 수술을 하기에 앞서 시도할 만한 방법”이라며 “이런 주사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치료에 쓰이는 스테로이드가 호르몬이라 자주 맞으면 호르몬 균형이 깨지고 저항력을 떨어질 수 있으므로 치료 횟수는 6개월에 3회를 넘지 않아야 한다. 다행히 이 시술을 받은 환자 10명 중 9명은 연간 2회 이내 치료로도 충분한 효과를 보고 있다.
수술 후 통증증후군, 신경성형술 효과
척추수술을 받은 뒤에도 통증이 만족할 수준으로 사라지지 않거나 재발한 경우, 예전에는 재수술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경성형술이나 경막외 내시경술 등 다양한 비수술적인 방법이 등장해 굳이 재수술을 받지 않고도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
신경성형술은 꼬리뼈에 특수 카테터를 삽입해 통증 부위를 직접 치료하는 방법으로, 국내에는 2007년 분당서울대 병원이 개발자인 가보벨라 라츠 미국 텍사스대 의대 석좌교수를 초빙해 처음으로 소개했다. 시술 개발자의 이름을 따 ‘라츠 요법’으로 알려진 이 시술법은 지름 1~2㎜, 길이 40㎝의 특수 카데터를 환부에 넣어 약물이나 고농도의 식염수를 투여하는 방법인데, 수술 후 통증증후군을 완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절개 없이 시술해 국소마취로도 시술이 가능하고 시술에 걸리는 시간도 20~30분이면 충분하다. 시술비도 개인병원(250만원 정도)의 40%에 불과한 100만원 선이다. 이평복 척추센터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이 시술은 수술이 잘 됐는데도 통증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은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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