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애물을 뜻하는 유리천장, 여성이 리더가 되어도 단지 상징적으로 여성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 왔다고 믿는 토큰 이론 등은 여성 리더십의 어려움을 일컫는 말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12년 대한민국 여성 리더의 비율을 전망한 것을 보면, 언론계 학계 법조계는 대략 20%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유독 경제계는 고작 1.5% 늘어난 5% 정도의 여성 CEO와 임원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문화가 늘 여성에게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여성 리더십 특강을 위해 현역 남성 리더들을 심층 면접한 적이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여성 직원들이 일을 꼼꼼하게 잘 하고 감성적이며 친절하고 멀티 태스킹에 강한 반면, 너무 부서 이기주의에 매달리고 동료들과 감정적 앙금이 있을 경우 잘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불만으로 삼았다.
그 속내를 더 들여다 보면, 여성을 고위직에 발탁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성들은 요직 경험이나 광범한 인적 네트워킹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그러나 요직에 발탁해 주지 않는데 어떻게 요직 경험이 풍부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걸 이유로 요직에 발탁하지 않으니, 악화가 다시 악화를 낳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인적 네트워킹도 그렇다.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이른바 스모킹 챗(smoking chat)에서 이루어지는 데, 그 밖에 서 있는 느낌. 진짜 속내는 회의 밖의 다른 이너 서클에서 이루어진다는 인상. 직장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29일과 30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여성 리더십 컨퍼런스'는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뉴질랜드 최초의 여성 총리 제니 쉬플리, 미국의 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등 세계의 여성 리더들이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솔하고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 줄 예정이다. 여성 리더십 이론과 실제 사례가 부족한 현실에서 이들은 좋은 롤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가지, 장래의 여성 리더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여성 특유의 '야망 줄이기(Downsizing Ambition)'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여성은 흔히 교사와 공무원 같은 특정 직업군이 가정과 일을 병행하기에 가장 좋다는 말을 듣고 자란다. 또 고학력 전문직 여성은 가정을 갖기 어렵다거나 일반 여성에 비해 이혼율이 30%나 높다던가 하는 통계가 언론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많은 여성들이 진학과 커리어 플랜의 출발을 '1차 직장'을 갖는데 한정 시키거나, 직업적으로 성공하면 가정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원해 질 수 있다는 '성공 공포'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이미 이야기했듯이, 위대한 리더들은 거의 '과대 망상적'인 목표의식을 갖는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1970년대 불가능하다는 고지인 1억 달러 수입을 꿈꿨고, 손정의는 수 천만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다짐을 이미 10대 시절에 했다고 한다. 짐 콜린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로 '너무 커서 듣기만 해도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의 목표의식'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러니 소녀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Girls, Be Ambitious !). 여성은 사회적으로 후발주자이지만, 축복받은 자의식의 소유자들이기도 하다. 여성 멘토와 여성 연대의 힘으로, 이제는 여성 리더십에 날개를 달 차례이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대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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