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출판시장이 이렇게 혼탁해졌나. 법도 소용 없고, 기본적인 상도(商道)도 사라졌다. 상품의 종류나 의미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할인 경쟁에 매달리는 일부 대형 오픈마켓과 인터넷서점들이 시장을 교란하고, 출판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한 대형 오픈마켓은 이달 말까지 신간을 포함한 모든 도서를 버젓이 반값 이하로 판다. 신간 베스트셀러인 는 8,500원(정가 1만5,000원), 조정래 소설 은 5,800원(1만2,000원), 도 4,950원(1만1,000원)이면 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엄연히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말만 도서정가제이지 신간도서의 경우 1년6개월 동안은 정가의 10% 할인에 추가 마일리지 10%를 제공할 수 있다. 정가제를 포기한, 사실상 도서할인제이다. 인터넷산업을 키운다며 2004년에 온라인 서점만 할인판매를 할 수 있게 했다가 형평을 맞춘다며 3년 전에 오히려 할인을 확대하는 개악을 해버렸다.
할인 확대만 문제가 아니다. 기준 이상의 지속적인 할인판매가 아니면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반값 이벤트'도 이런 허점을 노린 것이다. 각종 멤버십 포인트를 이용해 사실상 책값을 더 깎아줘도 속수무책이다. 오픈마켓의 반값 할인공세에 온라인서점들까지 펄쩍 뛰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프라인서점을 무너뜨리기 위해 자신들이 즐겨 쓰던 수법이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온라인 서점의 무분별한 도서할인과 당일 배송으로 동네 작은 서점이 초토화한 지는 오래다. 이제는 부산의 동보서적이나 문우당서점처럼 30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지역 독서문화를 이끌어온 중형 서점들까지 문을 닫고 있다. 오픈마켓과 온라인 서점의 할인공세는 출판시장을 왜곡해 가격거품을 만들고, 책값과 종이 책에 대한 신뢰와 호감을 떨어뜨린다. 유명무실한 도서정가제가 주범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더 이상 업계의 이해에 얽매이지 말고 다시 제대로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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