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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하트비트' 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 그리고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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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하트비트' 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 그리고 남자

입력
2010.11.1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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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입부 쿵쾅거리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둘도 없는 친구인 여대생 마리(모니아 초크리)와 게이 청년 프랑시스(자비에 돌란)가 사이 좋게 칼로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 둘이 처음 본 남자 니콜라(닐 슈나이더)에 단번에 빠져들면서 만들어낸 불규칙한 심장박동에 대한 은유이고 두 사람의 우정이 깨지는 소리이기도 하다.

영화 ‘하트비트’(원제 Heartbeats)는 사랑에 대한 영화다. 질릴 대로 질린 삼각 사랑을 다루지만 이 영화 속 관계는 특별하다.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여자와 게이. 별스런 조합이라 할 수도 있지만 사랑의 정체를 파악하기엔 이보다 나은 결합도 드물다.

마리와 프랑시스는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드러낸다. 오드리 헵번을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잘 생긴 명문대 재학생 니콜라의 마음을 잡기 위해 헵번처럼 복장을 갖추거나 헵번의 대형 사진을 선물하는 등 갖은 애를 쓴다. 니콜라는 둘에게 호감을 표시하면서도 쉬 마음을 주지 않는다. 마리와 프랑시스는 점점 이성을 잃어가며 구애를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니콜라는 다만 두 사람의 사랑 경쟁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서두를 장식하는 ‘세상에 유일한 진실은 이성을 잃은 사랑이다’(알프레드 드 뮈세의 희곡 ‘사랑은 장난으로 하지 마오’ 중)는 문구, 마리와 프랑시스가 몸싸움 하는 모습을 니콜라가 비웃으며 지켜보는 장면은 사랑을 향한 감독의 냉소적인 시선을 반영한다. 빛나는 청춘들의 열성적인 사랑도 결국 진창 속 행각과 다름 없다고, 결국 사랑도 인간관계 속 권력 놀음에 불과하다고 영화는 역설한다.

사랑이 주는 설렘과 초조함, 상실감을 촘촘하면서 세련되게, 그리고 명민하게 전한다. 프랑시스를 연기하고 연출까지 한 스물한 살 캐나다 감독 돌란은 세계 영화계에 떠오르는 샛별이다. 첫 장편영화 ‘아이 킬드 마이 마더’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젊은 시선의 상 등 3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의 두 번째 장편 ‘하트비트’는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대됐고, 시드니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25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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