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마라톤은 생활체육 불모지였던 70년대 걷기대회를 도입한 참신한 발상과 만년적자 행사를 우직하게 지켜온 한국일보의 뚝심이 있어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뽀빠이’ 이상용(67)씨가 21일 열리는 400회 거북이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그간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씨는 “당시 권위적 인상이 강했던 언론사가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 가려는 신선한 시도였다”며 “시대에 맞게 참가자들이 고루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가미해 전통을 계승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국내 최장수 시민 건강걷기대회인 거북이마라톤의 산 증인이다. 그는 1978년 한국일보사가 처음 이 대회를 시작한 이후 33년간 개근하다시피 하며 사회를 도맡고 왔다. 399회까지의 대회 중 그가 참가하지 못한 대회는 손꼽을 정도다. 이씨의 달력에는 매주 셋째 주 일요일에 ‘거북이 마라톤’이라고 표시돼 있을 정도로 대회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예전에 지방에 내려가 어쩔 수 없이 대회를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뽀빠이 어디 갔느냐’는 참가자들의 아우성이 이어졌지요. 이런데 어떻게 제가 애착을 갖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씨가 거북이마라톤의 사회를 맡게 된 것은 한국일보와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 그는 데뷔 직후인 71년 한국일보 자매지에 ‘최초의 학사 출신 개그맨’으로 대서특필됐고, 이후 미스코리아 지역 예선의 사회를 맡으며 유명세를 탔다. 그는 “이젠 대회 진행자가 아니라 한국일보가 가족처럼 느껴질 정도”라며 “한국일보가 정론직필을 이어오듯 뽀빠이도 대중의 뜻을 져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회가 400회에 이르다 보니 이씨에게는 낯익은 얼굴들이 많다. 1회 대회부터 간직해온 참가확인 카드를 가져오는 분들만 4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씨는 “개근 멤버들과 이젠 형님, 아우님하는 사이가 됐다”며 “33년의 세월이 흘러 그 동안 두 분이 돌아가셨지만 아직 많은 참가자들이 열성적으로 먼거리에서 추위도 잊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씨가 생각하는 거북이마라톤의 매력은 무엇일까. “경쟁과 순위를 중시하는 다른 대회와 달리 거북이마라톤은 가족이나 친구끼리 함께 나온 참가자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대회입니다.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한 주 동안 쌓인 피로가 싹 가십니다.”
이씨는 60대 후반의 나이지만 전성기 못지 않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천성 때문이다. 그는 아침마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에 자신이 차린 야외헬스장 ‘뽀빠이 동산’에 나가 웨이트 트레이닝과 조깅을 한다. 지방 출장 때도 헬스장 부근에 숙소를 정해 운동을 한다. 술 담배 커피 패스트푸드 등 몸에 좋지 않다는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은 걱정 없습니다. 거북이 마라톤을 찾는 시민들이 있는 한 뽀빠이는 계속해서 함께 합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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