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 권총을 멀리하며 방황했던 소년이 이제는 당당히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스탠다드권총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홍성환(27ㆍ서산시청)은 고1 때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인해 ‘명사수’가 되겠다는 꿈을 계속해서 키우기가 힘들었다. 화약 권총의 경우 실탄 1발이 300원이라 하루에 3만원 이상을 부담해야만 연습을 할 수 있었다. 1년으로 계산하면 무려 500만원이 들었다.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홍성환으로선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던 금액이었다. 그래서 홍성환은 여러 번의 가출을 감행했다. 그는 “권총을 포기하려고 집을 많이 나갔다. 항상 이틀 만에 잡혀오긴 했지만 당시는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홍성환의 아버지가 허리 수술까지 했던 터라 어머니가 한동안 혼자서 아들의 뒷바라지를 해야 했다. 식당일을 했던 어머니는 결국 신부전증 병세까지 앓았지만 아들을 위해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게다가 실업팀에 들어간 뒤 훈련량이 더 늘어 실탄비만 연 1,000만원이 들어갔다. 고생하는 부모님을 위해 이를 악 물었던 홍성환은 결국 아시안게임 두 번째 도전 만에 ‘금빛 총성’을 울렸다. 부모님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받칠 수 있게 된 홍성환은 울컥하는 마음에 한동안 말도 잇지 못했다.
홍성환은 17일 광저우 아오티 사격관에서 열린 남자 25m 스탠다드권총에서 575점을 쏴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단체전에서도 장대규(570점), 황윤삼(563점ㆍ이상 서산시청)과 함께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뜻하지 않게 좋은 성과를 거둬 기쁘다. 그동안 가정사 때문에 힘들었는데 부모님께 금메달을 받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저우로 올 때 따뜻한 밥 한끼만이라도 해주고 보내고 싶다”는 부모님의 간절한 바람을 겨우 들어줬을 정도로 고된 훈련에 매달린 그였다.
홍성환은 3관왕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아직까지 경기가 남아있다. 가능하면 4관왕을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대한 포부도 덧붙였다. “스탠다드권총은 비 올림픽 종목이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속사권총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 나갈 겁니다.”
광저우=김두용기자 enjoyspo@s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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