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연수구의 12층 주상복합건물 2층에 있는 횟집은 화재가 났을 때 피난 통로로 쓰이는 계단을 막고 그 공간에 테이블을 설치해 영업을 해 왔다. 화재가 날 경우 무방비일 수밖에 없다.
# 서울 강동구 길동의 D상가는 곳곳에 설치된 방화문을 아예 통째로 뜯어내고 유리문을 달거나 피난 계단에 샌드위치 패널을 설치한 뒤 상점들이 구획을 나눠 자기 공간처럼 사용해 왔다.
지난달 1일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아파트 화재 이후 고층건물 화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나 고층빌딩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
소방방재청이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고층복합건축물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안전점검 결과’에 따르면 전국 11층 이상의 고층건물 4,955개 중 413개(8.3%)가 소방시설평가에서 불량 판정을 받았다. 전국 고층건물의 방화 시설을 전수조사한 것은 처음으로 해운대 화재 이후 각계 전문가 2,135명이 동원돼 실시됐다.
이번 조사 결과,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방 시설 관리에 문제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의 경우 723개 고층건물 중 142개(19.6%), 인천은 138개 중 28개(20.2%), 울산은 103개 중 24개(23.3%), 경남은 230개 중 53개(23%) 등 10개 건물 중 2개 꼴로 스프링클러 등 소방 시설이 고장 났거나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의 경우 765개 중 99개(12.9%)가 불량 판정을 받아 다른 지역보다 다소 사정이 나았으며, 고층건물이 가장 많은 서울은 2,543개 고층건물 중에서 21개(0.8%)만 불량 등급을 받았다. 반면 고층건물이 8개밖에 없는 충북의 경우 절반 이상인 5개가 불량 판정을 받았다.
소방방재청은 이번 전수조사에 따라 소화기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스프링클러 화재감지기 등이 작동하지 않은 사례(557건)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고, 상업 및 주거 시설이 분리돼 비워 둬야 하는 피트(PIT) 층을 미화원 휴게실 등으로 사용하는 등 법규를 위반한 95건은 기관 통보했으며, 피난 통로를 폐쇄한 건물(8건)에는 과태료를 물렸다.
임 의원은 “최근 국내ㆍ외 대형빌딩 화재 사건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 우려스럽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방 당국과 건물주 모두가 화재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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