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탈취, 인력 뺏어오기 등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집중 고발해 온 이민화(사진) 기업호민관(중소기업옴부즈만)이 갑자기 사표를 제출해 파문이 일고 있다.
16일 국무총리실과 업계에 따르면 이 호민관은 이날 국무총리실에 사의를 밝혔다. 이 호민관은 의료기기 전문기업 메디슨을 세운 우리나라 벤처 1세대의 대표적 주자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와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등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로부터 임기 3년(연임 가능)의 기업호민관(차관급)으로 위촉됐다. 그러나 이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임기를 절반도 못 채운 채 중도 하차하게 됐다.
기업호민관이란 중소기업기본법(제22조)에 따라 중소기업의 규제와 애로를 발굴, 해소하기 위한 독립운영기관이다. 실제로 이 호민관은 그 동안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중소기업 고충 해결사'란 별명도 얻었다. 올해 9월29일 정부의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힘이 컸다. 이 대책은 중소기업협동조합에게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권을 부여하고, 납품대금 등을 깎을 때도 대기업이 먼저 그 정당성을 입증토록 하는 등 중소기업 목소리가 대폭 반영된 것으로 평가됐다.
이 때문에 그는 대기업과 일부 정부 부처에는 눈엣가시기도 했다. 특히 이 호민관이 5대 대기업의 공정 거래 수준 등을 점수화한 '호민인덱스'를 발표하겠다고 하자, 해당 기업들은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기업호민관실에서 평가하려 했던 대기업은 삼성전자ㆍ현대차ㆍ포스코ㆍKTㆍSK텔레콤 등이다.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도 업무 중복 등을 이유로 호민인덱스에 대해 비우호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12일 서울 태평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ㆍ중소기업 공정거래 평가모형(호민인덱스)안 공청회'에서도 호민인덱스 시범 실시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한편 이 호민관은 17일 오전9시30분 서울 수송동 기업호민관실에서 자신의 사퇴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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