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프로그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기업의 출연금 약속이 사실상 공수표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좋은 조건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마저 놓치고 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선숙 의원과 신용보증기금 등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상생보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출연을 약속한 금액은 총 375억5,000만원이지만, 실제 올해 10월 말까지 출연한 금액은 145억6,000만원으로 집행률이 38.7%에 불과했다. 50억원을 약속한 삼성전자는 10억원(20%) 출연에 그쳤고, 현대자동차의 80억원 약속도 38.4%(30억6,900만원)만 집행됐다.
특히 대다수 대기업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생협약 이행 정도를 평가한 지난해에만 출연 약속을 일부 이행했을 뿐 올해 들어서는 현대자동차가 9,300만원을 집행한 게 전부다. 이는 공정위가 실제 출연금이 아닌 약정한 액수로 평가한 데 따른 것으로, 2차 상생보증 대기업 중 삼성전자ㆍ대우조선해양ㆍ두산인프라코어ㆍ르노삼성자동차 등이 출연을 약속한 금액의 20%인 최초 출연금만 낸 뒤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상생보증 프로그램은 대기업이나 은행이 신보 등에 일정액을 출연하면 그 금액의 16.5배 범위에서 대기업 추천 협력업체에게 대출금액의 100%를 지급보증하는 제도. 보증요율도 일반 보증에 비해 0.3%포인트 낮아 영세협력업체들로서는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은 출연 약속만 이행하지 않은 게 아니라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협력업체 추천에도 인색했다. 대기업과 은행이 출연을 약속한 금액의 16.5배 보증배수를 고려하면 총 대출 가능규모는 1조8,220억원이지만, 지금까지의 대출 실적은 4,739억원(37%)에 그쳤다. 그런데 대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초기 출연금이 아직 남아 있다"며 추가 출연을 미루는 이유로 삼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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