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1ㆍ단국대)은 예선 5위로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 진출했다. 전체 8명 중 5위이기에 성적만 보면 어렵게 결선에 오른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결선에서 박태환은 출발 반응속도부터 가장 빨랐고, 레이스 끝까지 단 한 차례도 1위를 내주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14일 200m때와 마찬가지로 ‘허허실실 작전’이었다. 결선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기 위해 예선에서 힘을 아꼈다. 예선에서 굳이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충분히 결선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다면 구사할 수 없는 작전이다.
또 예선 5위로 2레인을 배정받으면서 금메달 경쟁자들의 페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하면서 완벽한 레이스를 펼칠 수 있었다. 일본의 마쓰다 다케시는 3레인, 홈팀 중국의 쑨양과 장린은 각각 4, 5레인에서 헤엄쳤다.
경쟁자 3명을 차례로 왼쪽 레인에 쏠리게 해 자연스럽게 빈틈없는 견제가 가능했다. 왼쪽 호흡이 편한 박태환은 만약 경쟁자들이 양 옆으로 분산됐다면 양쪽 호흡에 매달리다 자칫 페이스를 잃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객관적인 기록으로 따지자면 박태환은 결선에서 장린과 쑨양 사이에서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쑨양과 장린을 멀리하며 페이스 유지에 중점을 둔 박태환의 ‘금빛 전략’은 결국 본인의 최고 기록을 깨는 효과를 불러왔다.
완벽한 작전이 가능했던 것은 영법의 완성도가 높아진 덕분이다. 박태환은 결선에서 특유의 2피치 6킥(팔을 2번 저을 때 다리를 6번 차는 동작)을 한 차례도 리듬을 잃지 않은 채 완벽하게 구사했다. 작년 로마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출전 전종목 결선 진출 실패 이후 얼마나 체계적으로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기 최면도 큰 도움이 됐다. 박태환은 “마이클 볼 코치가 ‘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자신을 믿으라는 것을 계속해서 심어줘 ‘자신감’이 뇌에 각인될 정도였다. 이는 장린과 쑨양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던 심적인 요소가 됐다”며 자기 최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태환은 17일 열리는 자유형 100m 결선도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100m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뛰는 게 아니다. 물론 금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시안게임의 목표는 최고의 선수들과 좋은 경쟁을 하는데 있다. 남은 경기도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광저우=김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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