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 논란을 부른 감세정책 기조를 수정하려는 여당의 움직임이 뚜렷하다. 지난달 정두언 최고위원의 거듭된 요구로 표면화한 수정론은 박근혜 전 대표와 안상수 대표가 잇따라 절충안을 언급, 사실상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박 전 대표나 안 대표는 법인소득세율 인하(22%→20%) 방침은 그대로 두되,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인하(35%→33%) 방침은 철회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현행 8,800만원 이상의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한번 더 쪼개서 1억2,000만원 미만까지는 세율 인하를 계획대로 적용하고, 그 이상은 현행 최고세율을 그대로 적용하자는 안 대표의 구상이 정부 방침에 가깝지만 한동안 금기시된 '감세 철회' 논의의 한 형태라는 점은 다를 바 없다.
한나라당 양대 계파 수장이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다면, 의사 소통의 형식적 절차로서 정부ㆍ청와대와의 조율이 필요하지만, 그 결과를 기다릴 필요 없이 실제 정책 철회를 겨냥한 입법에 착수하는 게 맞다. 감세정책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이란 점에서 머뭇거려서는 책임 있는 거대여당의 모습이 아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감세를 약속했던 박 전 대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재정건전성 악화와 소득불균형 심화라는 중대한 사정 변경을 이유로 방향을 수정했듯, 상황에 탄력적인 정책 개발이야말로 집권여당이 책무로 삼아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아니라 그 동안 부분적으로 시행된 감세 정책의 효과를 진솔하게 평가하고, 현재 여당이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부분적 감세 철회론으로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느냐 여부다. 감세가 기업투자를 촉진하고 수요 확대를 자극한다는 주장이나 거꾸로 재정부담을 늘려 이를 메우려는 간접세와 공공요금 등의 인상으로 서민 부담을 키운다는 주장의 타당성과 검증할 실질 자료도 상당히 확보됐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도 말이 아니라 의지와 행동이 중요하다. 야당과의 대화에서 법인소득세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지만, 개인소득세는 낮은 수준임도 고려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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