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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Z명단'과 'SKY'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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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Z명단'과 'SKY' 전형

입력
2010.11.1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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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명단'을 아는가. 무슨 말인 지 당최 모르겠다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Z가 영문 알파벳 말석(末席)에 위치해 썩 긍정적인 의미는 아닐 것이라는 정도만 대충 짐작할 것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언론인 대니얼 골든이 쓴 에 등장하는 'Z명단'은 하버드대 입학처가 전형을 할 때 사용하는 정식 용어다.

하버드대 출신이기도 한 골든은 'Z명단'을 이런 식으로 정의했다. "동문과 고액 기부자들을 위해 (하버드대측이)입학사정 원칙을 한 발 양보해 옆문으로 입학할 수 있게 해주는 지연입학 정책"이라고. 'Z명단'엔 매년 보통 25~50명이 이름을 올린다. 부유하거나 연줄은 있지만 성적이 합격선에 겨우 걸쳐있는 수험생들도 물론 포함돼 있다. 1년 뒤 입학 조건으로 합격시키고 있는데, 대상 학생 대부분이 덥썩 받아들인다고 한다. 하기야 '아이비리그 중의 아이비리그'에 들어가는데 1년쯤 쉰다고 해서 무슨 대수랴. 'Z명단'에 들어있는 학생들은 1년을 무얼하면서 보낼까. 빈둥빈둥 시간만 떼우는 경우는 없다고 하버드대 측은 단언한다. 80%이상이 여행이나 항해를 즐긴다고 한다. 전통 스타일의 범선을 타고 80일 동안 카리브 해를 항해하면서 협동심과 지도력을 키우는 '바다의 주인'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식이다. 1인당 1만4,500달러가 드는 이 여정에 하버드대 'Z명단'에 들어있는 학생은 매년 빠지지 않는다.

'Z명단'이 이른바 우리의'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영문이니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 할 수도 없다. 소위 대입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완화 논의 조차 금기(禁忌)시 돼 있는 상황에선 버거운 주제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Z명단'의 존재는 어떻게 봐야 할까. 골든은 "동문이나 부자들 자녀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하버드의 공부벌레'가 될 인재들과 안녕을 고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색안경을 쓰고 볼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대기자들에게 다음 해에 입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버드대의 입학 사정은 까다롭기로 정평 나 있다. 하버드대가 1970년대말부터 30년 이상 'Z명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자신감의 표현일 게다. 골든 처럼 비판론자들의 지적엔 "입학 전형은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논리로 하버드대는 맞서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입시철을 맞아 최근 주요 대학들이 1년 뒤의 전형 요강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개혁의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 대입 전형을 선도한다는 SKY는 전형 혁신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학교 입장에서는 아프게 들릴 수 있겠지만, 교육부의 꼭두각시 같다는 느낌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폐해가 이미 현실화했는데도 근본적으로 전형을 손질하기보다는 땜질식 처방에 머물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의 새 전형안도 따지고보면, 쥐꼬리 만한 정원이 배정된 전형을 마치 입시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 처럼 과대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SKY가 전체 대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두말할 필요 없다. 출발은 대입 전형의 대수술이라고 본다. 성적 일변도의 학생 선발은 '대학 선진화'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SKY는 이미 만들어진 인재들을 뺏기지 않으려는 전형에만 골몰하는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화두가 된 대입 자율화는 원년을 훌쩍 넘어 4년차로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자율화'는 꿈 같이 들린다. 교육부와 SKY는 허울뿐인 대입 자율화를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김진각 정책사회부 부장대우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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