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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인수 16일 우선협상자 발표/ 현대家 적통 쟁탈전,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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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인수 16일 우선협상자 발표/ 현대家 적통 쟁탈전, 주사위는 던져졌다

입력
2010.11.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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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마지막에 웃을 것인가. 남편의 유지를 되찾고 가업을 지키려는 제수씨의 창과 가문의 적통임을 인정받으려는 시아주버니의 방패가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 남은 것은 누구의 무기가 더 강한지에 대한 심판의 판정이다. 근래 보기 드문 현대가(家)의 명운을 건 혈투는 패자에게는 깊은 내상을, 승자에게는 더욱 큰 책임감을 안겨 줄 것이 틀림 없다.

현대차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본입찰 마감일인 15일 나란히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길게는 몇 년, 짧게는 수 개월간의 현대건설 인수전이 마무리되고 최종 발표만을 남겨두게 됐다.

현대ㆍ기아차, 현대그룹 정면충돌

진정호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상무는 마감시간 28분 전인 이날 오후 2시32분 접수처인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 도착,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최선을 다했다. 공정한 심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만합시다”라며 말을 줄인 뒤 접수처로 이동했다.

2시46분 현대차를 대표해 호텔에 도착한 조위건 엠코 사장은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해 경제적 가격을 써냈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현대그룹이 좀 더 높은 가격을 써내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채권단이 이번에 매각하는 현대건설 지분은 총 발행주식의 34.88%인 3,887만주9,000주다. 시장에서는 적정 인수가격을 3조5,000억~4조원선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두 기업이 예상 밖의 거액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은 밤샘 평가 작업을 벌인 뒤 16일 오후 1시30분 조선호텔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방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회적 관심을 반영해 채권단이 정해둔 기준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정몽구 범현대가 적통 인정받을까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은 이날 최종 인수 제안가를 공란으로 비워 놓은 입찰제안서를 받아들고 만감이 교차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2000년5월 이른바‘왕자의 난’ 당시 부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3부자 동반 퇴진’ 발표를 거부한 채 현대차를 계열 분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이로 인해 현대그룹의 시발점이자 적통기업인 현대건설은 동생인 고 정몽헌 회장에게 넘겨야 했다. 이후 현대건설이 채권단 공동관리 상태에 빠지는 모습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만일 현대건설을 되찾아올 경우, 왕자의 난을 10여년 만에 최종 마무리하고 가문의 장자 위치를 대내외에 확고히 하는 명예 회복까지 노릴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현대차는 자동차-제철-건설로 이어지는 옛 현대그룹 특유의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이미지를 갖추는 실리도 얻게 된다.

하지만 인수에 실패할 경우 정 회장과 현대차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정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처음으로 큰 상처를 받게 될 뿐 아니라 체면도 구길 수 밖에 없다. 연말 대규모 인사를 앞둔 임직원들의 마음도 더욱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현정은의 공세 열매 맺을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복잡한 심경으로 하루를 보냈을 것으로 보인다.‘왕자의 난’이후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을 맡은 현대건설은 경영난에 빠졌고 급기야 그가 2003년8월 불법 대북송금 사건의 와중에 자살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현대건설 인수는 남편의 한을 풀어주는 일인 셈이다.

하지만 한 때 남편과 그룹 경영권을 다퉜던 정몽구 회장의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로 현 회장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더구나 현대차와의 경쟁은 현대그룹 경영권 경쟁이 될 수도 있어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더욱 우려가 될 수 밖에 없다. 현대건설이 현대그룹 지주회사라고 할 수 있는 현대상선 지분을 8.5%나 보유하고 있어 현대차가 인수할 경우 현대그룹이 송두리째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현대차에 인수되면 범현대가의 현대상선 지분은 40%를 넘어 현 회장 우호 지분(43%)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는 재무구조개선약정 문제와 관련해 채권단과 법정다툼까지 벌인데 이어 현대차를 비판하는 내용의 광고를 연일 게재하는 등 유난히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입찰가도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자산의 활용을 전제로 5조원까지 써냈을 수 있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 앞날은

주사위가 던져진 이상 이제 중요한 것은 현대건설의 앞날이다. 인수가격에 대해 관심이 높은 것은 인수가가 과도하게 높을 경우 인수기업은 물론 현대건설에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두 기업 모두 휘청거리게 되는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과도한 인수가의 폐해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등 선례가 적지 않다.

결과가 나올 경우 과연 양자 모두 승복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양측 모두 이번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어 자칫 기나긴 법정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건설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 보다 소송과 분란으로 회사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어느 쪽이 승자가 되더라도 큰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는 이유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강희경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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