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 입법로비 압수수색 사건으로 촉발된 정치권의 불만이 비등점을 향하고 있다. 서초동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의도 정치권에선 ‘검찰이 정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잔뜩 뿔이 나 있다. 특히 당 차원의 입장 개진은 아니지만, 여당 의원들도 들끓고 있다.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를 하는 검찰은 개인 명의의 소액후원금이라도 기부자가 소속된 단체가 회원들에게 후원금 기부를 권유하거나 지시하는 등의 이른바 ‘후원금 쪼개내기’를 불법 정치자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현실은 실제 법인과 단체가 소속 직원과 회원들에게 후원금 기부를 권유해 이뤄지는 모금액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민주당 소속 우윤근 법사위원장은 “길가던 사람이 후원금을 내 줄 수는 없고 대부분 의정활동과 관계된 사람들이 후원을 하기 마련이어서 일일이 대가성을 따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소액후원금을 문제삼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의원이 정치자금법상 합법과 불법의 경계 위에 서게 된다고 정치권은 우려한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SSM(기업형슈퍼마켓) 저지 법안을 위해 뛴 의원이 재래 상인들로부터 집단적으로 소액후원을 받은 경우도 처벌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같은 당 재선 의원은 “소액후원금을 문제삼기 시작하면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후원회 계좌를 개설하지 않은 의원을 빼면 모두 다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금 수사로 입법활동이 위축되고 정치권 이미지가 실추될 것이란 우려도 많다. 한나라당 한 초선의원은 “요새 본회의장에서 의원들끼리 만나면 우스개로 ‘함부로 법안에 서명해주면 안 된다. 그러다 탈 난다’는 자조섞인 얘기까지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같은 당 다른 초선의원은 “검찰이 소액후원 같은 사소한 일을 가지고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를 능멸하면서 부패 집단으로 몰아 가려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국회 관계자는 “연말이라 소액후원금 안내장을 인쇄해놓고도 청목회 수사 여파로 발송하지 못하는 의원실이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자 여야 사이엔 오랜만에 “검찰 권력을 손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흐르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15일 검찰의 수사권 일부를 경찰에 넘기는 방안과 압수수색 제한 필요성을 거론하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6일 농협 후원금 사건에 연루된 한나라당 의원 계좌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과잉수사라고 비판하며 화답했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한나라당이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사법개혁특위에서 검ㆍ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청목회 압수수색 영장은 국회의원에 대해 발부된 것이 아니라 청목회 간부 3인에 대한 것이었다”는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의 국회 법사위원회 답변을 근거로 “검찰이 청목회 간부 기소를 위해 보강증거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국회의원 사무소를 유린했다”고 비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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