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지난 8~10일 진행된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의에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도입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국이 똑 같이 도입을 한다고는 해도, 자동차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또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철폐 기한을 연장하고,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환급 제도도 폐지를 주장하는 등 사실상의 재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1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출석, "미국이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자동차에만 특별히 사용 가능한 세이프가드를 도입하고 싶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통상교섭본부는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양국 모두에 적용 가능한 장치라면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혀 양국이 사실상 세이프가드 도입에 합의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FTA가 체결된다 해도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수출증가는 미미한 반면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은 크게 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세이프가드 도입은 우리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 될 공산이 크다.
두 나라는 국내 수출되는 미국산 자동차 일부에 대해 연비 및 온실가스 등 환경규제를 완화해주는 데도 합의했다. 통상교섭본부는 "국내에 판매되는 미국산 자동차가 대형차 위주여서 우리나라의 환경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측은 완전한 예외를 요구했으나 기준 완화로 입장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 규모가 일정 대수 이하인 자동차 제작사들은 미국 환경기준을 적용받게 될 전망이다.
미국측은 이와 함께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철폐 기한 연장 ▦자동차에 국한해 부품 등에 대한 관세환급제한 등을 요구했으나, 이는 우리 정부가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 협의에서 쇠고기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미국측에서 협의할 것을 강도 높게 요구했고 우리는 강하게 거부해 논의 자체가 없었다"며 "논의가 없었던 것에 대해 미국측이 굉장히 불만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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