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화동 갤러리플랜트에서 열리고 있는 서양화가 홍수연씨의 개인전 ‘공간미학’에서는 흑백의 공간 속을 둥둥 떠다니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형상들을 만날 수 있다. 둥근 원이 겹쳐지기도 하고, 이지러지기도 하고, 흘러내리기도 하면서 낯익은 듯하면서도 낯선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조화와 긴장이 동시에 느껴진다. 3개의 형상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은 채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 그림에는 ‘곡예사’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홍씨의 작업방식은 독특하다. 우선 캔버스에 20회 이상 얇게 색을 칠해 마치 얼음판처럼 매끄러운 화면을 만든 뒤, 그 위에 물감을 붓고 캔버스를 기울여가며 색을 입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형상들은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것이다. 회화와 함께 전시된 드로잉에서 홍씨가 형상들을 뽑아내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예전에는 캔버스를 기울여서 생기는 물감의 층과 물성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가장 근원적이고 평범한 형태인 원을 변형, 조합함으로써 기이하고 이질적인 상황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12일까지. (02)722-2826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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