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부의 감세 논쟁을 지켜보는 청와대는 불편한 심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한나라당의 감세 논의가 세 가지 측면에서 적절한지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논의 시점에 대한 불만이 크다. 2012년 시행되는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구간 감세안 철회 여부에 대한 논의가 왜 지금 진행돼야 하느냐는 게 청와대 생각이다. 뭔가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감세 논의가 야당이 주장하는‘부자감세’틀 속에 갇혀 진행되는 점도 문제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세금을 내리는 상황에서 감세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봐줘야 한다는 게 청와대측의 생각이다. 감세와 재정건전성을 연결시키는 논리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한다. 세율을 낮출 경우 납세율이 높아지고 세원이 넓어져 징수세액이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게 청와대측 논리이다.
청와대의 기류는 일단 기존 감세안 유지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 세정의 원칙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정책의 생명은 일관성”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청와대는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의 소득세 감세 조정 방안이 큰 틀에서는 정부의 세정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미시적으로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1억원 이상)을 골자로 한 안 대표의 방안이 소득세 최고구간 감세 철회를 골자로 한 박 전 대표의 방안보다는 정부안에 가깝다고 판단하는 눈치이다.
청와대는 불편한 기색 속에서도 여당 내부의 논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여당의 논의 결과를 무시하거나 수용하지 않을 경우 청와대가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고스란히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와대 정무라인 일부에서는 한나라당 논의 결과를 수렴하는 모양새도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야당 측의 ‘부자 감세’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2012년 총선 전에 소득세 최고세율 감세 계획을 철회하거나 조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여당이 22일 의원총회 등을 거쳐 감세 조정안을 마련할 경우 청와대와 정부는 적정 시점에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안상수 대표는 16일 감세 철회 논란과 관련 “이번 정기국회에서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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