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은 16일 “인권이라는 기준을 토대로 흔들림 없이 업무를 추진하겠다”며 인권위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는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현 위원장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 공식적인 입장을 직접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 위원장은 이날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그간 묵묵히 사태의 진정을 기다렸으나 각종 성명과 논평, 보도가 사실과 너무 다른 양상으로 가고 있다”며 언론 탓을 하면서 “인권위원장으로서 부여된 소임을 변함없이 충실히 수행하고 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국가기관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사안에 따라 모든 사람들의 요구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면서도 “저를 포함한 위원회 구성원들이 모든 사안에 대해 위원회의 독립성을 바탕으로 인권 관점에서 토론하고 판단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비겁한 변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새사회연대는 논평을 내고 “사퇴요구를 피하기 위해 인권을 이념의 문제로, 인권위 문제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시민단체 대책회의는 성명서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명패만 달고 있는 ‘껍데기 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