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사이클이 단체전에서 ‘금빛 레이스’를 이어갔다.
조호성(36ㆍ서울시청)과 황인혁(22ㆍ금산군청) 장선재(26ㆍ대한지적공사) 박선호(26ㆍ서울시청)로 이뤄진 남자 대표팀은 16일 광저우대학타운 벨로드롬에서 열린 2010 아시안게임 4㎞ 단체추발 최종 결승전에서 4분07초872를 기록, 홍콩(4분10초859)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굴곡의 라이더’들이 일군 값진 금메달이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2002년 부산 대회까지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조호성은 8년 만에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특히 장선재는 14일 개인추발에서 종목 2연패를 달성한 데 이어 이날 단체추발에서도 정상에 올라 2관왕 2연패다. 한국 사이클 선수 중 두 종목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낸 것은 장선재가 처음이다.
이날 레이스의 선두주자로 나선 박선호는 2006년 도하 대회 전 엔트리 경쟁에 밀렸고, 막내 황인혁은 2년 전 소속팀이던 수자원공사가 예산 절감을 이유로 32년 역사의 사이클팀을 해체, ‘떠돌이’ 신세였다가 우여곡절 끝에 현 소속팀에 들어갔다.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광저우에 입성한 4명은 이 종목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내며 그 동안의 설움을 시원하게 날려 버렸다.
“조호성은 한국 사이클 역사상 올림픽 첫 메달에 가장 근접했던 선수다.” 대표팀 에이스로 군림해왔던 조호성에 대한 평가였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0㎞ 포인트레이스에서 아쉽게 4위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진한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 조호성은 한창 전성기였던 2004년 경륜으로 전환했다. 2005년부터 4년 연속 경륜 상금 랭킹 1위에 올랐고 47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등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그러나 가슴 한 켠 무언가 늘 꿈틀거렸다. 2008년 돌연 은퇴 선언. 아마추어에 대한 미련이 그를 사이클장으로 다시 이끌었다.
‘사이클 황제’는 지난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서른 다섯, 적지 않은 나이의 복귀였지만 기량은 어디 가지 않았다.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 단체추발 등에서 1위에 올랐다.
든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극도 됐다. 장선재 같은 후배들의 실력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광저우에서 1등을 향해 함께 달려보자.” 조호성의 바람은 이뤄졌다.
그는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감격해 했다. 다음 목표는 당연히 못 다 이룬 2012년 런던올림픽 메달이다. 조호성의 아내와 두 자녀가 경기장을 찾아 기쁨을 함께 나눴다. “올림픽에 나갈 수 있으리라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 그냥 하루 하루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할 뿐이죠. 가족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사랑합니다.”
광저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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