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에 대한 구제금융을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아일랜드가 자국 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압력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 전문가들이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을 방문, 아일랜드의 부실은행 구조조정을 비롯한 금융권 안정화 정지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 국가)이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재무장관 회의를 연 끝에 어렵게 마련한 결론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날도 "국가재정에 대한 구제금융은 요청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지만, 위기의 근원인 은행권에 '구조조정'이라는 메스를 대야 한다는 유로존의 압박에는 두 손을 든 것이다.
17일 AP통신은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는 아일랜드 정부에 대한 구제금융과 관련해선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했지만 부실 은행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데 아일랜드 정부와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이언 레니헌 아일랜드 재무장관도 16일 "은행부문 구조조정과 관련해 강도 높고 공개적인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로그룹이 아일랜드 금융업계 안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이미 아일랜드 정부와 구제금융을 둘러싼 모종의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7일 "더블린으로 전문가들이 자리를 옮기는 것은 구제금융 시행을 위한 준비작업이다"며 "더블린 정부의 (요청)결정이 떨어지면 구제금융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지체 없이 이뤄질 것이다"고 전했다.
유럽증시는 일단 진정되는 형국이다. 전날 1.87~2.63% 포인트 하락했던 유럽 주요 증시는 17일 하락 출발한 뒤 곧바로 상승세로 반전했다. 아일랜드 재정위기에 대한 EU의 공동 대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로그룹은 17일 애초 12월로 예정됐던 그리스에 대한 자금지원 3차분 65억유로 집행을 내년 1월로 미루기로 했다.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지원 조건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를 8.1% 수준으로 낮추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18일 내년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한 긴축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 재정 적자를 유로존 등과 합의한 GDP 대비 7.6%(170억유로)로 맞출 것인지가 주목된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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