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17일 국회 예결위 질의를 통해 폭로한 불법 사찰사례에는 김성호 전 국정원장,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 사찰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특히 사찰 주체가 이명박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현재 지식경제부 차관) 밑에서 일했던 국정원 출신 이모 행정관이라는 점도 새로운 내용이다.
이 의원은 먼저 김 전 원장 사찰 의혹과 관련 "이 행정관이 부산 브니엘고 출신인 김 원장이 친노성향 PK(부산ㆍ경남) 출신만 챙긴다면서 이종찬 당시 민정수석에게 '김성호 원장 체제의 문제점'을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브니엘고 동문인 남모씨가 이상득 의원의 최측근인 김주성 기조실장 인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공개하면서 권력 내부의 알력으로 사찰이 진행됐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의원은 또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당시 '삼성 떡값 검사' 명단에 오른 김 전 원장이 이종찬 수석을 강남 M룸살롱에서 만나 해명했다"면서 이 행정관이 룸살롱 여주인을 상대로 뒷조사를 한 뒤 나중에 정동기 후임 민정수석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전 전 차장의 경우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반(反) 이상득' 행보에 동참한 이재오 의원 계열 J의원과 가깝기 때문에 사찰 대상이 됐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전 차장과 뉴욕에 거주중인 그 부인과 자녀의 동태도 내사해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2008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와병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관련 정보를 제공한 프랑스 정보기관과 마찰을 빚은 사건과 관련 "이때 발설자가 전 차장이라는 사실을 이 행정관이 밝혀 결국 전 차장은 2009년 2월 김성호 원장과 함께 퇴임하고 나중에 홍콩총영사로 강등됐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정두언 정태근 이성헌 의원,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 등도 이 행정관의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또 촛불집회 사진을 전시했던 사진작가 이시우씨 이름, 연예기획사 대표의 소속 여가수 성폭행 내용 등이 적힌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의 수첩을 공개하면서 추가 민간인 사찰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원장과 전 전 차장은 "사찰 얘기를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찰 의혹에 대해 "근거 제시가 없어 신빙성이 높지 않으나 관련 내용을 확인중"이라며 "그러나 이 의원의 주장과 달리 이 행정관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근무한 적이 없는 등 이 의원 주장 상당부분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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