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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사퇴… 인권위 사실상 기능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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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사퇴… 인권위 사실상 기능마비

입력
2010.11.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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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위촉위원 61명 떠나… "뒷짐 진 靑, 무력화 노리나" 시각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반쪽 위원회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차관급인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의 동반사퇴 및 조국 비상임위원의 사퇴에 이어 인권위 위촉을 받은 전문ㆍ자문ㆍ상담 위원 61명 마저 15일 집단 사퇴해 인권위의 보수화 및 독립성 약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핵심 구성원들의 대거 이탈에다 외부 인권전문가들마저 등을 돌리면서 인권위는 사실상 기능마비 상황에 이르고 있다.

"무(無) 인권정책을 고수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현병철 위원장 체제의 인권위에 대해 아무런 기대를 할 수 없다"며 집단 사퇴한 위원들은 인권위 위촉을 받은 전체 위원 250여 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현안에 대한 자문과 법률적 검토, 정책 방향 제시 등 '싱크탱크'역할을 하는 위원들의 집단 사퇴로 인해 인권위 업무에 상당 부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들 위원들은 이날 현 위원장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불발돼 손심길 인권위 사무총장에게 위촉장을 반납하고 동반 사퇴서를 전달했다.

인권위를 대하는 인권 전문가 집단의 태도도 비협조적으로 바뀌고 있다. 인권위 주최로 24일 열릴 예정인 '2010 사회권 심포지엄'의 발표자 10명 가운데 6명은 최근 "현재 인권위의 파행적 운영과 현 위원장의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불참의사를 밝혀 인권위를 곤혹스럽게 했다. 인권위 다른 관계자는 "최근 현안에 대해 전문가 25명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대부분 거절 의사를 밝혔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권위 내부는 무기력을 넘어 자괴감까지 겹치면서 폭발 일보 직전 양상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상황이 이 지경인데 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겠나'하는 반응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기구로는 상상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데도 정작 청와대는 문제 해소에 뒷짐을 진 모양새를 취하는 데 따라 보수성향인 집권세력이 '눈엣가시'같은 인권위의 무력화 내지 보수화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풍비박산이 나고 있는 인권위와 달리 현 위원장은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현 위원장은 9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인권위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며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인권위 사태 속에 인권전문가들이 '무자격자'라는 비판을 하고 있는 김영혜 변호사를 후임 상임위원으로 임명했다.

이 때문에 인권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권위원들의 줄사퇴 사태에 대해 내부논란도 일고 있다. 이번에 사퇴한 한 위원은 "현 상황에서 개별 권고 하나라도 균형 있게 하려면 (사퇴보다는) 내부 투쟁이 낫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일방통행식 인권위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내부에서 견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했다.

실제로 위원장과 상임ㆍ비상임 위원으로 구성된 의결기구인 전원위원회는 올 2월 진보 대 보수 쪽 위원 수가 5대 6으로 역전됐고, 최근의 줄사퇴로 보수성향의 인적 구성이 가속화해 사회이슈와 관련한 인권위의 판단 역시 우경화 색채를 띨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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