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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대기 아이들, 갈 곳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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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대기 아이들, 갈 곳이 없어진다

입력
2010.11.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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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출산 증가로 기관보호 아기 늘어입양 신청자는 2년새 900명이나 감소"국내입양도 허가제" 법 개정 움직임도 영향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다가구주택. 오전 내내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50대 주부 김모씨는 입양을 기다리는 두 아이를 위탁해 키우고 있다. 그는 "하나 보기도 힘든데 둘이다. 보통 6개월 정도 데리고 있으면 양부모를 구해 나가는데 요즘엔 1년은 기본이고 2년 가까이 걸린다. 대부분 위탁모가 2, 3명을 한꺼번에 돌봐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따뜻한 새 가정이 절실한 입양 대기 아이들이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미혼모 등에 의한 신생아는 점차 늘고 있는데 국내외 입양 신청자의 수는 줄고 있기 때문. 해외 입양에 한정되던 입양 허가제 규정이 점차 엄격해지는데다 제도 자체가 국내 입양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소위 수요 대비 공급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입양정보원에 따르면 2007년 총 2,652명에 달했던 입양 신청자는 지난해 1,760명으로 900명정도 줄었다. 입양아동 역시 2008년 국내 1,306명, 국외 1,250명에서 지난해 각 1,314명, 1,125명으로 국내는 소폭 증가, 해외는 감소 추세다.

입양전문단체인 홀트아동복지회(홀트복지회) 관계자는 "입양 대기 아이의 증가세에 비하면 국내 입양의 증가는 의미가 없을 정도"라며 "올해 구체적인 통계가 잡히지 않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입양관련 전문가들은 먼저 입양 대기 아동의 증가세에 주목하고 있다. 동방사회복지회 관계자는 "입양을 해야 할 아이, 즉 기관에서 보호하고 있는 아이들의 수가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다. 위탁가정에서 3, 4년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불었던 낙태 금지 여론이 미혼모에 의한 출산 증가에 일조를 한 것으로 추측한다.

반면 입양 신청 가정의 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전반적인 경기부진 탓에 새로운 아이를 키울 여력이 되는 가정이 줄었고, 그나마도 입양 대상 아이에 대한 기준이 보다 엄격해지고 있다. 홀트복지회 관계자는 "국내에서 남자 아이는 거의 입양이 안 되는 등 양부모가 원하는 아이의 성별, 친부모의 배경이나 학력, 외모 등의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국외 입양 역시 만만치가 않다. 국내와 달리 허가가 필요한 해외 입양에 대해 '아동 수출국'이란 사회적 반감 등을 이유로 보건복지부 등에서 허가를 내주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입양관련 활동가는 "보건복지부에서 전체 입양 신청자 중 비율을 정해 허가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년 그 비율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해외 입양 허가제를 국내 입양에까지 적용하는 법률 개정안을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입양은 관련 입양 단체장의 자율심사를 거쳐 이뤄지고 있다. 동방사회복지회 김혜경 부장은 "국내 입양 중 절반 가까이가 비공개 입양인 현실에서 각종 서류 제출 등 공개로 진행되는 허가제가 도입되면 국내 입양이 줄어들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홀트아동복지회 홍미경 팀장은 "미혼모 아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공급은 늘고 있는데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건 입양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특히 입양 허가제의 확대는 입양에 관한 관용의 분위기가 좀 더 조성된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입양이 안 된 아이들은 결국 보호시설로 가는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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