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둘러싼 민주당 내 논의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당론은 일단 ‘자동차 분야 양보 등 재협상 합의 결과 비준 저지’이지만, 각론을 놓고 당내 주요 주자들의 미묘한 입장 차이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할 경우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킬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그 동안 요구해온 독소조항 제거가 거부될 때 한미 FTA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독소조항으로 의약품 허가_특허 연계 조항, 투자자 국가 제소 조항 등을 꼽았다.
이춘석 대변인은 이와 관련, “밀실에서 퍼주기 식으로 이뤄지는 추가 재협상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미국의 강요에 의해 추가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면 독소조항 제거를 재검토해 국익이 관철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2008년 통합민주당 대표 시절만 해도 “한미 FTA는 우리가 국제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긍정 평가했었다. 그러나 10ㆍ3 전당대회 이후 “기왕에 재협상을 할 거면 독소조항도 논의해야 하고, 한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한다면 한미 FTA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반면 정세균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존 합의안대로 하든지 아니면 한미 FTA를 그만두는 ‘take it or leave it policy’로 갔어야 한다”며 “정부가 재협상에 응한 게 과오”라고 지적했다. 원안 고수 필요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밖에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은 ‘독소조항 개정을 위한 전면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민주당내에선 백가쟁명식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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