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의 질의 형식을 빌려 ‘소득세 최고세율 감세 계획 철회’ 입장을 표명한 것은 최근 들어 뚜렷해진 그의 복지 강조, 중도 행보와 무관치 않다.
최근 당내에 형성된 세금 정책에 대한 기류와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소득세ㆍ법인세 감세 유지, 소득세만 감세 철회, 소득세∙법인세 감세 철회.
박 전 대표는 절충적 성격의 두 번째를 택했다. 원칙이 바로선 자본주의, 중도, 서민, 복지…. 이런 단어들로 자신의 2012년 대권 모자이크를 채워온 박 전 대표가 상위 1% 정도만 혜택을 보는 소득세 최고세율 감세 유지 입장에 설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 내에서도 감세 철회론 또는 감세 정책 조정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측은 이날 입장 표명을 놓고 상당히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입장 표명을 하지 말자”는 조언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오해인가. 박 전 대표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감세를 통한 성장’을 경제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른바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국가기강은 세운다) 공약이다. 그러나 이날 발언으로 박 전 대표의 입장이 ‘전체 감세 철회’로 잘못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가 이날“소득세의 네 개 과표구간 중에서 세 개 구간에 대한 감세는 이뤄졌다”며 “감세 철회냐, 아니냐의 문제로 봐서는 안되고 최고소득구간 세율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박 전 대표는 세금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걱정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 대통령과 반대 입장에 선 게 결코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세종시 사태 이후 현안에 침묵하던 유력 대선주자가 입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주목 받는다. 앞으로 박 전 대표가 현안에 대해 자주 입장을 표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박 전 대표측은 “어디까지나 기재위원으로서 상임위 현안에 대해 입장을 개진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4대강 등 다른 현안에 대해선 계속 침묵할 것이란 얘기다. 이정현 의원은 “차기 주자가 현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 없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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