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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 드라마 부흥 이끄는 김진원PD "부자 대신 루저들의 삶 진솔하게 그렸더니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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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 드라마 부흥 이끄는 김진원PD "부자 대신 루저들의 삶 진솔하게 그렸더니 호응"

입력
2010.11.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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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KBS에서 '드라마 스페셜'이라는 간판을 걸고 단막극을 부활한지 6개월. 토요일 늦은 밤(11시15분)에 방송돼 시청률은 5%를 밑돌지만, 다양한 소재와 형식 실험을 통해 꾸준히 마니아층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9,10월 한국PD연합회가 선정한 '이달의 PD상'을 연거푸 수상하며, 드라마 생태계의 밑동을 받치는 단막극의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단막극 부흥의 선봉에는 9월 데뷔작('마지막 후뢰쉬맨')으로 PD상을 거머쥔 당찬 신인, 김진원(34) PD가 있다. 최근 두번째 작품 '달팽이 고시원'을 방송하고 잠시 쉬고 있는 그는 첫 연출작으로 상을 받은 소감부터 묻자 의외로 "창피해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PD상이라니까 PD 혼자 한 것 같지만 사실은 첫 연출작이라 선배들이며 스태프, 연기자들이 발벗고 도와줬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지만 내가 한 건 거의 없어요."

그가 지향하는 드라마는 "루저들의 소소한 일상을 판타지와 버무려 유쾌하게 그려내면서, 웃음 뒤에 의미도 담고 있는 드라마"다. '마지막 후뢰쉬맨'에서 정체성 갈등을 겪는 한 시골 소녀 가족의 가슴 찡한 사랑 이야기를 풀어냈고, '달팽이 고시원'에서는 고시원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행복 찾기와 자아 찾기를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터치로 그렸다.

왜 하필 루저일까. 그는 "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잘 사는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전형적인 부자들의 얘기를 상상하게 되잖아요. 백수 생활도 해봤고, 고시원에도 살아봤으니 제 입장에선 공감하기 쉬운 삶이죠." '백만 송이 장미' '행복한 여자' '서울 1945' 등 드라마의 조연출을 하면서 선배들에게 배운 것도 "멋지고 화려하게 보여주기보다 깊게 들여다보고 진정성 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PD는 사극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줬고 '사랑과 전쟁'의 조정위원 역할로도 친숙한 탤런트 고 김흥기씨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을 작정으로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으나 "연기에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우여곡절 끝에 연출로 길을 돌렸다. "첫 작품에 아버지가 출연하기를 바랐다"는 그는 '마지막 후뢰쉬맨'의 극중 TV에서 부친이 생전에 출연한 '사랑과 전쟁' 화면을 비추는 것으로 바람을 이뤘다.

단막극 부흥의 시동은 걸었지만 신인 PD 와 작가, 연기자의 산실이었던 옛 위상은 아직 까마득히 멀다. 그래서 어깨가 무겁지만, 한편으론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단막극은 문화적으로는 실험의 장이고, 산업적으로는 제작진과 연기자가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완충지대입니다. 당장 돈을 버는 장르는 아니지만 큰 작품들이 보여주지 않는 세계를 진솔하게 보여줌으로써 (공영방송의 재원인) 수신료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앞으로 만들고픈 드라마는 어떤 걸까. 대답에 망설임이 없었다. "재미있고 척하지 않는 드라마. 또 부자 안 나오는 드라마요. 부자 얘기는 저 말고도 많이 하시니까. 다양한 감정들과 결합해 재미를 더하는 판타지 장르를 잘 살리고 싶어요."

글ㆍ사진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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