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최초의 여성 총리’인 제니 쉬플리 전 총리(1997~1999년)가 서울에 온다. 그는 29, 30일 한국일보 주최로 열리는 ‘세계 여성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역경에 더욱 빛난 여성의 리더십’을 주제로 한 토론에 패널로 참여한다.
쉬플리 전 총리는 15일 한국일보ㆍ코리아타임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 영역에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는 개인의 성취일 뿐 아니라 한국 사회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쉬플리 전 총리는 또 “한국 여성들을 만나 그들이 더 큰 성취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특히 정계와 공직 진출의 꿈을 가진 여성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쉬플리 전 총리는 흔히 말하는 ‘정치 엘리트’는 아니었다. 부유층 출신도 아니고, 명문대를 졸업하지도 않았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초등학교 교사가 됐고, 농장을 경영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그러다 우연히 사회활동에 눈을 떴고, 1975년 지방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87년엔 최연소로 의회에 입성한 뒤로는 승승장구했다. 그는 장관과 국민당 당수를 거쳐 97년에 45세의 나이로 총리직에 올라 ‘유리 천장 깨기’를 꿈꾸는 여성들의 롤모델이 됐다.
쉬플리 전 총리의 성공 비결은 ‘강철’에 비유되는 강력한 리더십이었다. 총리 재임 당시 그는 뉴질랜드의 경제, 사회 부문 개혁을 저돌적으로 추진했다. 쉬플리 전 총리는 “1997년 불어닥친 경제위기를 잘 관리해 99년 총리직에서 물러날 때 4%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2002년 정계에서 은퇴한 쉬플리 전 총리는 기업인으로 변신했고, ‘세계여성리더십 이사회’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_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젊었을 때 뉴질랜드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책임을 여성과 남성이 함께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내게도 그런 책임이 주어졌다고 믿었다. 그래서 정치에 뛰어들었고, 결국 총리직까지 올랐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에겐 스스로가 개인적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세계경제의 중심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는 지금 아시아 여성들에겐 큰 기회의 문이 열렸다. 물론 기회는 책임을 동반한다.”
_정치를 하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정치 등 공직을 맡은 여성들은 사적인 삶을 희생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그것도 아주 큰 희생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희생보다는 정치를 하면서 느끼는 책임과 도전이 더 중요하고 크다고 느꼈다.”
_정치지도자를 꿈꾸는 한국 여성들에게 해 주고 싶은 충고는.
“여러분이 한국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도록 격려해 주고 싶다. 다만 한국만을 위한 발전이 아닌, 지역국가들과 세계를 위한 발전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가 중요하다. 입법부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언젠가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면 그것은 국가적 이익이 될 것이다. 아시아 여성들은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강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_한국에선 ‘복지’가 중요한 화두이다. 복지 확대와 국가재정, 세부담 확대 등은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인데, 사회보장 및 보건장관을 지낸 경험을 살려 조언을 한다면.
“복지는 중산층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당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만, 그것도 단기간에만 복지 혜택을 주어야 한다. 복지 수혜 기간이 길어지면 일을 할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없어질 수도 있다. 실업자 등에 대한 복지는 확대돼야 하지만 그것이 근로 의욕을 꺾는다면 곤란하다. 파트타임 일이라도 할 능력이 있거나 일정 기간 복지 혜택들 받은 사람들은 다시 시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정부가 확실히 해둬야 한다. 그래야 복지 수혜자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 구호로 공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이를 실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국가가 지원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때문에 사회적 약자와 뒤처진 사람들을 도와 주면서도 경제성장과 세수를 확대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김영진 코리아타임스기자 yjk@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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