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우윤근 의원에게도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는 당시 수사 책임자의 증언이 나와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15일 에 따르면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최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박 의원과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 의원 두 사람에게 박 전 회장이 각각 1만, 2만 달러씩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신라호텔 2층 중식당에서 1만 달러를 받았고 우 의원이 받은 돈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2만 달러 정도였다는 것이 이 전 중수부장의 주장이다.
이 전 중수부장은 당시 수사팀이 두 의원을 수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박 전 회장에게 받은 돈의 액수가 다른 정치인들 보다 적은 편이어서 순서가 밀렸는데 갑자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바람에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치인은 박 의원과 우 의원 두 명뿐”이라며 “여권 인사들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박 전 회장이 생각해 언급하지 않은 것 같다”고도 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또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도 박 전 회장에게서 베이징올림픽 때 받은 돈 말고도 더 받았다고 추정됐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수사를 하지 못했다”며 “박 회장 진술은 김준규 검찰총장과 차동민 대검 차장 및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이 다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과 우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강력 부인했다. 박 의원 측은 “박 전 회장과는 최근 5년간 만난 적이 없는 걸로 안다”고 했고 우 의원 측은 “국회 증인 불출석으로 고발조치 된 이 전 중수부장이 검찰에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자 억하심정에서 한 이야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은 “이 전 중수부장의 증언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검찰이 내사 종결한 사안에 대해 밖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아니냐”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갑작스런 폭로 배경 등을 듣기 위해 이 전 중수부장과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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