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 아시아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유년시절 모친과 함께 구경한 일본 가마쿠라(鎌倉) 대불(大佛)을 찾았다. AP통신은 이를 빗대 “심지어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도 소년 같은 행동이었다”며 비꼬았다. 빈 손 귀국에 대한 이런 비판적 시각이 다수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4개국 순방에서 나름대로 국정기조 변화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귀국길에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쟁적인 아시아를 깨닫고 있으며, 그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란 말로 아시아 순방기를 소개했다. 10일 간에 걸친 아시아 방문은 그의 가장 긴 해외순방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중국 인도 그리고 동남아국가들과 일본, 이 국가들은 상황이 얼마나 경쟁적인지 깨닫고 있다”며 “그들의 이야기는 심금을 울린다”고 했다. 이어 “아시아는 매일 더 나은 노동자 교육, 사회기간망 건설, 새로운 시장 개척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미국인들은 2년 전 경제위기 이후 의기소침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아시아에 대한 부러움과, 경계심 등 복잡한 심경을 전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설정(셋업)을 바꾸는데 대한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그는 “미국은 빠르게 발전하는 아시아와 경쟁하기 위해 경기(게임)을 재설정해야 한다”며 태평양 강국으로서 경쟁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나는 아시아 정상과 사람들로부터 ‘미국이 여전히 아시아의 중심이며, 우리는 미국을 원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미국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발언들은 중간선거 패배로 바뀐 정치 지형에서 집권 후반기 국정기조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 정가는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식의 제2 변화를 추진할지 이번 주가 분수령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는 15일부터 중간선거 이후 감세 연장 문제를 놓고 공화당과 첫 격돌하고, 18일에는 백악관에서 존 베이너 차기 하원의장(공화당)과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과 만나 대화 가능성을 타진한다. 20일에는 양적 완화조치로 성난 유럽연합(EU) 정상들과 만나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가 의욕처럼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변화를 외쳐 당선된 오바마 정부에서 “앞으로 변화가 드라마틱하게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전략가는 “그들은 리셋(재시동) 버튼을 누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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