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축 처진 눈에 장난기가 가득했던 소년은 어린 시절 ‘3명의 마이클’을 우상으로 삼았다. 미하엘(Michael) 슈마허, 마이클 잭슨, 마이클 조던이었다. “공부에는 재능이 없었다”는 그는 “마이클 잭슨 같은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그런 목소리가 나에겐 없더라”고 했다.
1987년 서독에서 태어난 제바스티안 페텔(23ㆍ레드불)은 그래서 ‘첫 번째 마이클’인 슈마허를 닮기로 했다. 슈마허 역시 서독 출신으로, 페텔이 일곱 살이던 1994년 처음으로 포뮬러 원(F1) 월드챔피언에 올라 2004년까지 7차례나 우승하며 ‘F1 황제’로 군림했다.
‘마이클 키드’ 페텔이 F1 데뷔 4년 만에 동경해 마지않던 슈마허를 누르고 월드챔피언에 등극했다. 페텔은 14일(한국시간) 아부다비에서 끝난 2010시즌 F1 월드챔피언십 최종 19라운드(5.554㎞ 서킷 55바퀴ㆍ305.355㎞)에서 1시간39분36초837로 1위로 결승선을 통과, 25점을 보태 총점 256점으로 생애 첫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17라운드 코리아 그랑프리 우승자이자 중간 순위 1위였던 스페인의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는 7위에 그쳐 6점을 얻는 데 만족하며 총점 252점으로 페텔에 종합 우승을 내줬다.
페텔의 나이는 14일로 23세133일. 종전 기록인 루이스 해밀턴(맥라렌)의 23세301일을 경신하며 역대 최연소 챔피언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도 얻었다. 1994년 우승 때 슈마허의 나이는 25세314일이었다. 은퇴 후 올시즌 메르세데스GP 소속으로 복귀한 슈마허는 아부다비 그랑프리에서 사고로 탈락, 총점 72점으로 9위에 그쳤다.
여덟 살 때부터 카트로 레이싱에 입문, 2003년 포뮬러 BMW 챔피언십 20차례 대회에서 18번이나 우승하는 등 가능성이 뚜렷했던 페텔은 2007년 최연소 포인트 획득 기록을 세우며 F1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듬해에는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 21세74일로 우승, 최연소 그랑프리 제패 기록도 경신했다.
시상대에서 샴페인 세례를 받은 페텔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이전 라운드에서 우리팀(레드불)이 팀 우승을 확정했는데 아부다비에서 드라이버 우승까지 했다. 자랑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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