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수주 2호 국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터키가 우리나라와의 정부 간 협약(IGA) 체결 직전에 고개를 돌렸다. 우리 정부는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협약 체결이 연기됐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터키 측에서는 "일본 도시바와 협상하겠다"고 공표해 수주 무산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 간 정상회담에 맞춰 계획했던 터키 원전에 관한 정부 간 협약(IGA) 체결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무팀이 현지에 머물며 장기간 협의를 진행했고,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도 최근 터키를 잇따라 방문해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최 장관도 지난달 터키 방문 이후 G20 정상 회의 기간 중 정부 간 협약 체결 성사를 장담할 정도였다.
협약 체결이 실패한 것은 전력 판매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원전은 양국이 공동 출자회사를 만들어 원전을 짓고 전력을 팔아 생기는 수익금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터키는 싼 가격에 전기를 공급 받으려 한 반면, 우리 정부는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데 양측의 견해차가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정부는 추가 협상을 진행해 조속한 시일 내 정부 간 협약을 매듭짓는 다는 계획이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터키 원전 수주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터키가 협상 결렬 직후 기다렸다는 듯 다른 나라와의 협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14일 터키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방한 중인 타네르 이을드즈 터키 에너지ㆍ천연자원부 장관은 협상 결렬 직후"한국 측 수정안 검토와 별도로 다른 국가와도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다음주 중 협의를 위해 일본 도시바를 초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합의가 연기됐을 뿐 결코 무산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 진행 과정에서 터키가 오히려 조급하게 나왔고, 우리는 느긋한 입장이었다"며 "터키가 도시바 등을 거명하는 것은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략일 뿐 진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가 한국형 원전을 처음으로 수주하기 이전부터 터키에 대한 원전 수출 여부를 타진해 왔으며, 지난 3월 터키와 원전건설 공동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본격 수출을 추진해 왔다. 양국 정부는 그 동안 2019년 가동을 목표로 흑해 연안 시놉지역에 140만KW 규모의 한국형 원전 4기를 건설하는 논의를 진행해왔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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