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돋보이는 빨간 머리처럼 더욱 업그레이드된 ‘물개’로 돌아왔다.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21ㆍ단국대)이 14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아시아 신기록(1분44초80)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은 2009년 세계선수권 로마대회 전종목 결선 진출 실패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박태환은 올해 1월 마이클 볼(호주) 코치의 지도 아래 예전의 기량을 찾았을 뿐 아니라 한층 업그레이드 된 역영을 펼치며 수영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과학 도핑’이라고 불리는 최첨단 전신 수영복이 퇴출된 뒤 수영에서 신기록 수립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박태환은 이날 자유형 200m에서 본인의 최고 기록을 깨면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마이클 볼 코치조차도 놀라게 만든 엄청난 기록이다. 박태환은 지난 4월 팬퍼시픽 챔피언십 자유형 200m에서 1분46초27을 기록했다. 볼 코치는 “턴 기술만 더 보완한다면 1분45초대를 끊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자신감을 되찾은 박태환은 볼 코치의 기대치를 넘어서며 이날 1분44초80을 끊었다. 절정의 기량을 뽐냈던 베이징올림픽 때의 기록보다 좋은 성적을 낸 건 턴 기술 보완과 파워, 엄청난 폐활량에서 비롯됐다. 볼 코치가 “턴 기술만 보완하면 2초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박태환은 이날 수준급의 턴을 선보이며 1위로 치고 나갔다. 또 체중을 2㎏ 늘리면서 파워를 보강한 것도 끝까지 스태미나가 떨어지지 않는 원동력이 됐다. 박태환의 파워 강화는 초반 50m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태환은 초반 50m에서 24초78를 끊어 역대 최고의 스퍼트를 기록했다.
지난 4월까지 6,550cc에 머물렀던 박태환의 폐활량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7,000cc까지 늘어나면서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반인 폐활량의 2배인 7,000cc 폐활량을 보였던 박태환은 자신의 ‘상상불허의 허파’를 되찾으며 금빛 질주를 이어갔다. 노민상 경영 대표팀 감독은 “박태환의 체중이 불면서 스트로크의 파워가 향상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박태환의 장점인 폭발적인 라스트 스퍼트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 200m와 400m에서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바 있다. 베이징올림픽 200m 마지막 50m 구간 기록은 26초17이었고, 이날 박태환의 마지막 구간 기록은 26초77로 비슷한 수준을 찍었다.
광저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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