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일본의 한국 도서 반환을 계기로 분위기가 호전된 한일 관계를 상징하는 자리였다.
한일 정상들은 도서 반환 이후 미래지향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크게 강조, 눈길을 끌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서명식을 통해 앞으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반환이 한일 관계의 획기적 발전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양국 협력관계는 과거와는 다른 희망적 관계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이 한일 양국 외교장관들의 도서 반환 협정 서명을 지켜본 뒤 일본측이 반환도서 표본으로 전시한 도서 2권을 놓고 대화하는 모습은 오랜만에 연출된 한일 정상의 다정한 모습이었다. 일본측은 협정 서명식에 대례의궤(大禮儀軌)와 왕세자가례도감의궤(王世子嘉禮都監儀軌) 등 두 권을 전시했다. 이 이벤트는 일본의 도서 반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도서 반환을 통해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의지가 확인됐다고 판단하고 한일 정상 셔틀 외교 정상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진전 등에서 일본측과 의견을 접근시켰다. 당분간 한일 관계는 순항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이 대통령의 내달 방일이 추진된다. 과거사 문제로 인해 중단됐던 양국 정상의 연례적 상대국 방문을 재개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 방일은 한일 FTA 협상 본격화의 분수령이 될 듯하다. 일본으로서는 유럽연합, 미국등과 FTA 협상을 진행하거나 마무리한 한국과의 FTA 협상에 적극 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달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이와 관련한 두 정상의 의미 있는 언급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일 관계가 계속 순탄하게만 갈 가능성은 적다. 먼저 도서 반환 협정에 대한 일본 국회 비준 과정에서 다소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내 비준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대통령의 내달 방일은 어려워질 수 있다. 또 농업 분야 개방에 소극적인 일본의 자세는 한일 FTA 논의 진전을 막을 수 있다.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간 나오토 정부가 소신 있게 FTA를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일본이 도서를 우리측에 돌려주면서 ‘반환’대신에 ‘인도’란 표현을 쓴 것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자세가 부족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문제 제기도 있다. ‘반환’은 불법적으로 약탈한 것을 돌려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나 ‘인도’는 불법성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도서 반환의 파장이 한국에서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요코하마=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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