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만기일인 지난 11일 정규장 마감을 단 10분 앞두고 쏟아진 외국인의 ‘매도 쓰나미’ 여파가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당일 주가 폭락에만 그치지 않고, 옵션 거래를 잘못한 국내 기관 및 개인 투자자 다수가 큰 손해를 얻은 데 이어 한국 철수를 위해 외국인이 주식 매도대금을 달러로 바꾸면서 12일에는 원ㆍ달러 환율이 20원 가량 급등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특별 조사에 나섰으나, 사태의 진상은 아직 오리무중인 상태다.
누가, 왜?
지금까지 확인된 건 11일 외국계 증권사인 도이치증권을 통해 쏟아진 1조6,000억원 가량의 매물이 사태의 원인이라는 게 전부다. 미국 하버드대 수학교수 출신인 제임스 사이먼스가 설립한 헤지펀드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가 대량 매도의 주역으로 알려지고는 있으나, 당국이 최종 확인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태 분석의 핵심인 ‘누가, 왜 일으켰는지’에 대해 다양한 추정만 있을 뿐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다만 증권가에서 제기되는 가장 유력한 풀이는 ‘환차익’을 겨냥한 헤지펀드의 한국주식 청산설(說)이다. 외국계 펀드는 11월 결산이 많은데, 결산 직전 환차익을 얻기 위해 다소 무리하지만 그동안 매수했던 주식을 한꺼번에 팔았다는 것이다. 신영증권 한주성 연구원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우리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 환차익이 줄어들게 되므로, 선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심상범 연구원도 “외국인이 주식을 집중 매수한 올 6월초 원ㆍ달러 환율이 1,250원대였고 최근 환율이 1,100원대이므로, 환차익만으로도 11% 이상의 수익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주가 조작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국인은 이미 상당 수준의 시세차익을 얻은 만큼 ‘풋 옵션’에 투자한 뒤 대량 매도로 주가를 떨어뜨리면 현물 시세차익이 줄어든 것보다 더 많은 규모의 돈을 ‘풋 옵션’에서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외국인에 힘없이 휘둘렸나
그렇다면 이와 유사한 사태가 앞으로도 재연될까. 증시의 한 전문가는 “지금처럼 외국인이 선물시장을 장악하는 한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올해 인덱스펀드 과세 이후 국내 기관투자자가 프로그램 매매를 거의 않게 되면서 선물시장의 주도권이 외국인에 넘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사태 재발을 위해서는 현재의 동시호가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동시호가란 정규거래 개시 1시간 전과 종료 10분전에 단일가격으로 매매를 체결하는 방식인데, 이때 인위적으로 하한가나 상한가 주문을 내면 가격이 왜곡될 수 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동시호가제를 개선하거나, 외국인이 매매할 수 있는 물량이나 금액을 제한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규제가 시장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