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G20 정상회의. 2010년 11월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선진국이 아닌 국가에서 이런 큰 회의를 치러본 적이 없다는 부담감 속에 서울정상회담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로부터 400여일. 한땀 한땀 쏟은 정성은 ‘서울 선언’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지난 1년여간 서울 G20의 역사를 쓴 주역들을 살펴봤다.
윤증현-사공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서울 정상회의의 90%는 이미 경주 재무장관회의에서 만들어졌다”고 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장 결정적 환율제 이행 ▦경쟁적 통화 절하 자제 ▦경상수지 예시적 가이드라인 마련 등 핵심은 경주 회의의 산물이었다. 그런 만큼 재무장관회의 의장을 맡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서울선언의 1등 공신이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 재무장관 틈에서 이견을 중재한다는 것이 말처럼 간단치는 않다. 그것도 영어로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장관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윤 장관은 오랜 경험과 관록으로 회의석상에서 상황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등 의장으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단지 회의 주재만이 아니었다. 지난 9월에는 환율, IMF 개혁 등 의제 조율을 위해 10박 12일간 러시아, 독일, 프랑스, 브라질, 미국을 순방하는 등 몸을 직접 던지기도 했다.
윤증현 장관이 G20의 주연배우였다면, 사공일 G20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총감독 역할이었다. 세계경제연구원장, 무역협회장 등을 지내면서 쌓은 막강한 국제적 인맥과 네트워크를 토대로 G20 정상회의 유치부터 서울 선언을 도출하기까지 고비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특히 글로벌 금융안전망 등의 논의가 암초에 부딪치자 래리 서머스 미국 백악관 국제졍제위원회 위원장을 무려 여섯 차례나 찾아가 설득했을 정도. 국제통화기금(IMF) 개혁도 그가 적극 주창한 데 따른 결실로 평가된다.
신제윤-이창용
주연보다 더 빛이 나는 조연, 감독보다 더 두드러진 조감독도 있다. 서울 정상회의 실무대표인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과 이창용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이 그들이다.
국제 무대에서 신 차관보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국제금융에 대한 탁월한 식견과 그만의 특유의 친화력으로 각국 재무차관들과 퍼스트네임을 부를 정도로 친밀감이 두텁다는 것이 강점. 지난 2월 인천 송도에서 첫 재무차관회의를 시작으로 4차례에 걸친 차관회의를 주재하며, 서울 선언의 기초를 다졌다. 그가 현 정부 들어 3년 가까이 현 직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G20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신 차관보가 꼭 필요하다”는 인사권자들의 뜻이 작용한 결과였다. 정부 한 관계자는 “회의가 무거워지면 적절한 유머로 회의장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고 평했다.
이 단장이 맡은 역할은 대통령을 대신해 정상회의 의제를 사전 조율하는 셰르파(교섭대표). 학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출신으로서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G20 의제의 논거를 제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하나인 개발 이슈, 우리 정부가 환율 갈등 해법의 하나로 내놓았던 경상수지 목표제 등의 이론적 틀을 뒷받침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밖의 주역들
숨은 주역들도 많았다. 그 중 한 명이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 안식년(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기간에 청와대에 들어와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그가 줄기차게 주장했던“우리나라 같은 신흥국들의 경우 은행세 등을 도입해 자본 유출입을 규제해야 한다”는 내용은 서울 선언에서 결실을 맺었다. 실무진에서는 G20 의제를 맡은 최희남 준비위 의제총괄국장, 금융 규제와 국제기구개혁을 맡은 김용범 준비위 국제금융시스템개혁국장, 정상회의의 ‘입’을 맡은 김윤경 준비위 대변인과 손지애 외신대변인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를 더욱 빛낸 비즈니스서밋을 성공적으로 이끈 오영호 G20 비지니스서밋 집행위원장도 주역 중 하나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섭외에서부터 행사 준비, 선언문 작성까지 모두 그의 강단 있는 지휘로 이뤄졌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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