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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센카쿠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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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센카쿠 비디오

입력
2010.11.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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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기까지 얼마나 고민하고 망설였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사건 현장과는 떨어진 고베(神戶) 근무였지만 긴장감 감도는 센카쿠(尖閣)쪽으로 경비 지원을 나간 적도 없지 않았으니 센카쿠의 중일 충돌을 자신이 탔던 배에서 일어난 일처럼 느꼈을 법도 하다.

동영상공개와 내부고발은 달라

더군다나 그는 해상보안청 공유망을 통해 사건 당시 순시선에서 찍은 현장 비디오 화면을 컴퓨터로 생생히 봤다. 중국 어선이 고의로 충돌해 왔다는 정부 당국자의 설명만 듣고도 많은 국민이 분개하는 판에 현장상황을 낱낱이 본 사실상 사건 당사자인 40대 초반 공무원의 피가 끓어오르지 않았을 리 없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비디오의 일반 공개를 주저하고 있었다. 센카쿠의 자국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은 거듭해서 일본의 불법성을 강조했고 사건 초반 중국 언론은 일본 순시선이 중국 어선을 들이받았다는 정반대의 보도까지 했다. 자민당 등 야당뿐 아니라 여론도 비디오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과연 이래도 좋은 걸까. 일본 땅 센카쿠가 엄연히 중국에 침범 당했는데도 왜 정부는 이를 국민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히기를 피하는 걸까. 이래 가지고 과연 일본을 지켜낼 수 있을까. 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동영상을 공개해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다. 그게 애국이다. 직장과 동료를 잃을 각오까지 하고 이 달 초 센카쿠 중일 선박 충돌 동영상을 PC방에서 인터넷에 올릴 때까지 해상보안청 직원은 아마도 이런 생각들을 자신의 머리 속에서 부풀려 갔을 것이다.

센카쿠 사건 동영상 공개로 일본 전국이 '애국 논쟁'으로 후끈 달아올라있다. 해상보안청 직원의 행위를 정부가 숨기려 한 진실을 폭로한 용감한 내부고발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부가 비공개를 방침으로 삼았던 정보를 일개 공무원이 멋대로 인터넷에 퍼뜨린 정보유출이라는 비판도 있다. 일본 정부를 중국 눈치만 보는 '매국 정부'라고 비난하는 사람의 눈에 이 해상보안청 직원은 애국자로 비칠 것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상황을 곰곰이 따져 보면 센카쿠 동영상 공개는 조직의 부정ㆍ부패를 고발한다는 원론적인 의미의 내부고발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센카쿠 사건 초기부터 일관되게 동영상에 있는 그대로 중국 어선이 충돌해 왔다고 사실에 부합하는 설명을 해왔기 때문이다. 중일관계 회복을 모색하는 마당에 양국 국민의 감정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반 공개를 피했을 뿐이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외교 방침이 잘못 됐고 동영상 공개가 그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가능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같은 논리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지 미지수다.

영토분쟁엔 냉정히 대응해야

국민의 알 권리라는 측면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만행'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어 하는 일본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이미 정부가 밝힌 사건의 진상과 다르지 않은 내용을 실제 동영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알 권리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센카쿠 사건을 둘러싼 일본의 대응을 보면서 독도 문제에 참고가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독도 인근 바다에서 일본의 '도발'로 한일 선박이 충돌했을 경우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일순 냉각될 게 틀림 없는 양국관계의 조기 개선을 위해 과연 정부는 끓어오르는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사건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을까.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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