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가마다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했던 G20 서울 정상회의였던 만큼 이에 대한 각국 정상 및 언론들의 평가도 제 각각이다.
단, 한가지 일치된 견해가 있다면 미국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이번 정상회의의 ‘패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 열흘 전 국내에서 쓰디 쓴 중간선거 패배를 맛본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국제무대에서 또 한번 치명타를 입었다는 평가다.
특히 환율 및 경상수지 문제를 서울회의의 승패를 가늠할 사실상 유일한 변수라 봤던 서방 언론에서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비록 그가 12일 공동선언문(코뮈니케)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회의 결과를 야구에 빗대 “홈런 대신 때로는 안타도 친다. 그런데 이번은 적시타”라며 애써 높은 수준의 합의임을 강조했지만, 미국 언론은 사실상 ‘삼진 아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의 제안이 세계무대에서 거부당했다”고 평가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꼬인 매듭을 풀지 못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주말판 톱기사에서 “G20이 경상수지와 환율 문제에서 미국을 피했다”며 “정상들이 단지 느슨한 시간표를 정하는 데에만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친미 성향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조차 미국의 협상 태도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13일 일본 요코하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 “미국이 자국의 아이디어를 관철하기 위해 너무 빠르게 압박했다”며 “금융위기 당시 나타났던 전 세계적인 연대감은 경기회복이 진행되면서 점차 희미해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경상수지 목표제(가이드라인) 및 환율 문제에서 미국의 요구를 막아낸 중국 정부는 서울 정상회의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서울정상회의에서 ‘드러내지는 않지만 커다란 존재감’이 확인됐다는 평가답게, 중국의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참가국들의 단결된 노력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달성했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중국 언론들은 IMF 지분 개혁이 확정돼, 중국이 독일, 프랑스, 영국을 제치고 IMF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한편 이번 협상과정이 얼마나 난산을 거듭했는지를 보여주는 사실들도 하나 둘씩 공개되고 있다. 경상수지와 환율 문제 때문에 진통을 겪던 G20은 정상회의 폐막일인 새벽 4시께에야 ‘환율 문제는 경주 합의 수준으로 유지하고 내년에 경상수지 문제를 확정하자’는 내용에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몇 시간 뒤 정상들이 오전 9시 첫 세션에서 민감한 문구에 대해 추가로 논의를 벌여 최종 합의에 이뤘다.
한편 회의장 밖 의전상의 기싸움도 치열했다. 11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업무만찬에서는 원래 ‘국제기구 대표→정상대리 참석자→초청국 정상→회원국 정부수반→국가원수’ 순으로 입장해야 했지만,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일부 정상보다 늦게 도착하는 등 의전에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등 3국 정상은 예정시간보다 10여분 늦게 도착하기도 했는데, 3국이 서로 가장 마지막에 들어오려고 신경전을 벌인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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