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채택한 '서울선언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급격한 자본이동으로 경제위기를 겪어온 신흥국들이 거시건전성 규제를 도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고, 변동환율제 하에서 환율의 고평가가 심화되고 있는 신흥국들'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전제로 한 국제 금융질서에 큰 변화가 시작된 것만은 분명하다.
이미 국내외 언론들은 브라질 태국 등에 이어 한국도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원천과세와 은행세 도입, 외은지점 선물환포지션 추가 규제 등을 도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 정책당국자들도 외국인 자금의 과도한 유ㆍ출입에 따른 위험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자본 유ㆍ출입의 충격으로 두 차례나 국가부도의 위기를 경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서 풀린 막대한 자금이 상대적으로 경기상황이 좋은 아시아 신흥국들로 밀려들면서 자국 통화가치의 상승과 인플레이션, 자산거품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도 심각하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국내 금융시장에서 80조원 가까운 주식과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 중에는 환차익을 노린 단기투기성 자금도 많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지난 11일 외국인들이 한국증시 사상 최대인 1조6,000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시장을 패닉에 빠트린 것도 투기성 핫머니의 폐해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주가와 환율로 높은 수익을 거둔 헤지펀드가 결산을 앞두고 환매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아무리 튼튼해도 외국 투기자본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또 다른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자산거품과 환차익에 편승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투기자본이 갑자기 빠져나갈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이번 G20 회의의 성과를 토대로 외국인 자본의 유입속도를 면밀히 점검, 과도한 자본이동을 통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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