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대부업 딜레마’로 고민하고 있다. 대형 업체의 시장 독식이 심화되고, 대출 중개업체는 수수료를 높여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나 마땅한 대응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러시앤캐시 딜레마
최근 9월말 결산을 마친 대부업계 1위 러시앤캐시의 연간 순이익은 1,300억원대로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던 지난해(1,190억)보다도 100억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총 대출 규모(자산)도 1조3,000억원을 넘긴 이 업체의 자산 대비 순이익률은 10%가 넘는다. 수 백조원대 자산을 굴리면서도 연간 1%대(1조~2조원) 순이익을 내는 대형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익률이다. 일본계 업체인 산와머니 역시 올해도 큰 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대형 업체의 높은 수익률 비결은 ▦낮은 조달금리 ▦높은 대출금리에 있다. 싼 가격으로 조달한 돈을 비싼 금리를 받고 빌려주는 구조여서 그만큼 이익을 많이 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의 조달금리는 연 3~6%대로 추정되는데, 이는 중소 대부업체(13%) 조달금리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한 관계자는 “러시앤캐시의 대출재원 중 절반은 금리부담이 없는 자기자본이며, 자기자본 비율이 60%인 산와머니의 조달금리는 4% 내외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형업체가 중소업체와 거의 비슷한 법정 상한금리(현재 연 44%)에 맞춰 대출을 하고 있다는 점. 연 44% 상한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대형업체는 매년 대출한 돈의 35% 이상을 이자수입으로 챙기는 반면, 중소업체의 마진은 20%에 불과하다. 빌려준 돈의 회수율이 비슷하다면 대형 업체가 훨씬 많은 이익을 얻는 셈이다.
감독 당국 관계자는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는 상한금리가 30%로 내려와도 살아남을 수준”이라며 “이들 때문에 상한을 내리자니 다른 업체가 도태될 게 뻔하고, 시장경제에서 특정 업체에만 이자를 내리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모집인 딜레마
당국의 또 다른 고민은 ‘알선 소개료’ 때문에 실제 부담이 늘어나는데도 상당수 고객이 모집인(대출 중개업체)을 통해 대부업체 돈을 빌린다는 것이다. 당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뤄진 대부업계의 신규 대출(약 1조원) 가운데 절반 가량은 868개 중개업자(법인 74개, 개인 794개)를 통해 이뤄졌다. 러시앤캐시, 리드코프 등 대형업체가 직접 창구를 찾아오면 금리를 6%포인트 가량 깎아 주는데도 모집인에 대한 의존도는 줄지 않고 있다. 감독 관계자는 “대부업 이용자가 직접 대출을 받으면 금리가 싸다는 걸 아직 잘 모르고, 돈이 급한 만큼 몇 %포인트 금리차에 둔감한 것도 문제”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업체는 비싼 광고를 내보내는 대신, ‘알아서 손님을 데려오는’ 중개업자를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2007년 3~4%대에 불과하던 중개 수수료도 최근에는 8~9%대까지 덩달아 치솟은 상태. 산와머니는 중개인 활용 비율이 80~90%에 이르고, 초기에는 직접 대출만 고집하던 러시앤캐시마저 최근에는 모집인 활용률을 50%까지 늘릴 정도다.
감독 당국 관계자는 “중개업자를 통하는 관행만 없어져도 대부업 금리를 30% 초반 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실을 감안하면 모집인 관행을 없애기도 어렵고, 중개 수수료를 제한하면 대출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예상돼 쉽사리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법정 상한금리가 도입된 취지를 되새겨 당국도 소비자 부담을 줄일 묘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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