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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아시아 플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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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아시아 플라자

입력
2010.11.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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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리 주변으로 공단이 많다. 은현공단, 고연공단, 소주공단이 잇닿아 있다. 그 공단에서 힘들고 고된 일은 아시아 각국에서 온 검은 손의 노동자가 한다. 외국 노동자가 북적거리자 그들의 전문 식당이나 가게가 생겨났다. 그래서 이 시골마을에 '아시아백화점'이 있고 '아시아레스토랑'이 있다.

백화점이 구멍가게 수준이고 레스토랑이 국밥집 수준이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만나 즐겁고 행복한 소통을 한다. 몇 번 들렸는데 그곳은 그들의 '해방구'였다. 오히려 주민인 내가 머쓱한 이방인이었다. G20 정상회의가 열리던 그날 베트남 쌀국수 식당을 찾아갔다.

개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어 있어 맛보러 갔다. 주인은 호치민시 인근이 고향인 두 젊은 여자였다. 자매냐고 물으니 친구라고 했다. 쌀국수를 베트남에서 직접 가져온다고 했다. 쫄깃쫄깃한 맛이 울산시내 고급 베트남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고 가격은 저렴했다.

그 식당 카운터에 '아시아플라자'라고 적혀 있었다. 국제전화 카드도 팔고, 몇 대의 컴퓨터로 베트남 현지와 화상 통화도 한다고 했다. 솔직히 나는 G20에 대해 관심이 없다. 다만 그 화려한 무대보다는 고향의 노동자들을 위해 고향 음식을 팔고 가족과 연인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아시아플라자가 인간적이고 아시아답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나도 아시아 사람이니 이제 아시아플라자에 자주 들를 것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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