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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배리어 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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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배리어 프리

입력
2010.11.1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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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출신으로 동네 간판이나 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2년 만에 기발한 옥외광고로 뉴욕원쇼페스티벌 최우수상, 클리오어워드 동상, 애디어워드 금상 등 무려 29개의 국제광고제 메달을 휩쓴 이제석(28)씨. 책 까지 낸 그의 옥외광고에 이런 것이 있다. 지하도 계단 전체에 높은 산을 그려놓고는 그 밑에 "For Some, It's Mt. Everest."라는 카피를 넣었다. 불과 몇 개 안 되는 계단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에베레스트처럼 느껴진다는 얘기다. 누군가는 물론 장애인들이다. 팔순 할머니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우리 동네(서울 송파구 문정동) 성당에서는 4년 전부터 매달 정기적으로 지체장애우 미사가 열린다. 근처 장애인아파트가 있어 주임신부가 특별히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늘 30여명이 참석한다. 별것 아닌 일 같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이제석의 계단'까지도 아니다. 그들에게는 불과 높이 5㎝ 현관 턱이 '에베레스트'였다. 그것을 다 부수고 경사를 없애 휠체어의 길을 만들고, 경사를 없애고, 성당 안의 의자를 빼 통로를 넓히고, 앞쪽에 넓은 공간을 마련한 뒤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곳곳에 산은 있었다. 화장실에도, 식당에도.

■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한마디로 고령자나 장애인도 살기 편한 사회를 위해 건물, 도로, 공공시설에 턱을 없애자는 운동이다. 1974년 유엔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디자인'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시작했다. 일등 복지국가답게 스웨덴은 이듬해부터 바로 법을 고쳐 새로 짓는 집은 휠체어를 타고 생활해도 불편이 없게 만들었다. 배리어 프리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역시 최장수 국가인 일본이다. 1995년 '복지마을 만들기 적합증 제도'를 도입했고, 2006년 12월 연면적 2,000㎡이상 건물에 배리어 프리를 의무화 했다.

■ 우리나라도 많이 달라지긴 했다. 육교를 없앴고, 서울 도심 간선도로에까지 횡단보도를 만들었다. 옛 지하철에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2007년부터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54만8,239㎡ 규모의 문정지구는 처음으로 1등급 예비인증을 받아 '무(無)장애 보행 네트워크'로 조성된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차량 진입을 막으려 서울 도로에만 3만7,000여개의 볼라드가 있는 등 배리어가 한 둘이 아니다. 없애고 고쳐야 한다. 장애인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80, 90세를 사는 우리의 '에베레스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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