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를 겪던 한국 유도가 신예들의 패기와 노장들의 투혼이 빛을 발하면서 광저우 밤 하늘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13일 금메달 3개를 딴 유도 대표팀은 14일에도 남자 81㎏급 김재범(25)과 여자 70㎏급 황예슬(23)이 금빛 업어치기를 이어가는 등 이틀 동안 5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세계랭킹 1위 김재범은 14일 오후 화궁체육관에서 계속된 남자 유도 결승에서 쇼키르 무니노프(우즈베키스탄)를 상대로 경기 종료 2분 15초를 남기고 안다리걸기 한판승으로 우승했다. 특히 이날은 김재범의 어머니 김관희씨의 생신이어서 기쁨이 배가 됐다.
김재범은 동료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그는 광저우 대회 개막을 2개월 여 앞둔 9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유일하게 시상대 맨 위에 섰다. 2년 전 베이징올림픽 60㎏급 금메달리스트 최민호(30)가 충격의 1회전 탈락, 73㎏급 세계랭킹 1위 왕기춘(22)의 동메달 등 간판스타들의 부진 속에서 일군 값진 우승이었다.
특히 김재범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10개월 앞두고 원래 체급이던 73㎏급에서 81㎏급으로 올렸고, 과도한 훈련으로 간을 상해 금메달을 눈 앞에서 놓치며 은메달에 그쳤다. 그러나 절치부심 끝에 올해 세계선수권 우승에 이어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따내면서 만년 2인자 꼬리표를 말끔히 뗐다.
올림픽만 제패하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되는 김재범은 “올림픽이 아니라 앞만 보고 달리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날 함께 열린 여자 70㎏급 황예슬도 북한의 설경을 상대로 경기 시작 12초 만에 반칙승을 거두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행운까지 따라줘 아시안게임 첫 출전에 금메달을 목에 건 황예슬은 “처음 나서는 대회지만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반대했던 어머니의 보살핌과 뒷바라지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앞서 13일 남자 유도 100㎏이상급 김수완(22)도 처음부터 금빛 후보로 예상됐던 것은 아니다. 대한체육회 경기력 분석표에서도 그는 메달 입상을 점치는 상중하 가운데 ‘중’으로 분류됐다. 탄그리에프 압둘로(우즈베케스탄)를 상대로 경기 시작 56초 만에 발뒤축걸기 한판승으로 메친 김수완 역시 이번 광저우 대회가 첫 출전이다.
같은 날 78㎏급 정경미(25)도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한동안 끊겼던 여자 유도의 ‘금맥’을 캤다. 여자 유도는 2006년 도하 대회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당했다. 노장의 투혼도 빛났다. 100㎏급 황희태(32)는 2006년 도하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 대표팀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광저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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